한나라당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 3인이 7일 전격적으로 동반사퇴했다.
붕괴 직전의 ‘홍준표 체제’는 의원총회에서 기사회생, 일단 현 지도체제 유지하면서 홍준표 대표 중심으로 정책쇄신과 정치쇄신에 나서는 ‘투 트랙’ 진행으로 결론냈으나 쇄신파 등의 반발 등 격한 논란을 빚고 있다. ▶관련기사 4면
이에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대의원들이 직선으로 선출했기에 나가지 않겠다’는 그런 말을 하지 않겠다. 여러분이 ‘홍준표 안된다’고 하면 흔쾌히 나가겠다”며 두번째 재신임 카드를 꺼내드는 승부수를 던져 현행 ‘홍준표 체제’를 일단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유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존망의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면서 “국민 여러분의 절망과 분노 앞에 참담한 마음으로 저희의 잘못을 사죄한다”고 밝혔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기자회견을 갖고 “저도 이 시간에 한나라당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면서 “부질없는 행동 말고 미련을 버리고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정치운동을 하는 길을 여는데 최고위원들의 역할을 하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원 최고위원은 또 “박 전 대표도 쇄신 대상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희룡 저 자신도 쇄신대상”이라며 “지금처럼 폐쇄적, 수동적 모습으로는 박 전 대표가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나와도 안된다”고 했다.
남경필 최고위원도 “국민 여러분께 정부·여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써 국정운영을 제대로 바로잡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남 최고위원은 “일단 지도부가 물러나야 힘의 공백이 생기고 새로운 질서가 생길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면서 “내부에서 (혁신을) 해보려고 했는데 계파의 장벽, 당 대표가 갖고 있는 인식의 차이때문에 그 공간을 도저히 열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사퇴배경을 설명했다.
이들 3인의 동반사퇴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디도스 사태’ 등으로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한나라당이 현 체제로는 도저히 위기를 수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대로는 내년 총선은 해보나 마나 필패’라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재창당론, 선도탈당론까지 일고 있는 상태다.
여당 내부의 상황과는 별개로 내년 4.11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의 여권 지도부 교체는 총선과 대선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박 전 대표에 이어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의원 등 대권잠룡들이 논의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당내 대선후보 경쟁이 조기에 불붙을 전망이다.
또한 여권이 재창당 수순을 본격화하면서 ‘헤체모여’ 속에 일부 이탈세력의 탈당 등 여권발 정계개편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