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야당 중심으로 추진된 ‘국회 조문단’ 구성이 유야무야됐다.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가 21일 오전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국회 차원의 조문단 구성을 공식 제안할 것으로 알려질 때만 해도 여야 간 ‘조문 공방’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박 비대위원장이 이날 원 공동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북한이 조문단을 받지 않는다고 했고, 여야 각 당의 입장이 나왔기 때문에 국회 차원의 조문단을 꾸리는 것은 순리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원 공동대표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민주통합당은 박 비대위원장의 거부로 국회 조문단 구성이 불발됐음에도 한나라당을 공격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역시 민주통합당의 국회 조문단 제안을 정색하고 비판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는 ‘김정일 조문’에 대한 엇갈린 국민정서를 의식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문 파동’으로 몰고갈 경우 정치권이 남남갈등, 국론분열을 부추긴다는 여론의 뭇매가 예상됐다.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국회 차원의 조문단 파견은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했으나, 이날 ‘정중한 거절’을 방법론으로 택했다.
보수정당으로서의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도 ‘조문 찬성’ 여론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다. 수구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중도로의 외연 확대에 첫발을 내디딘 한나라당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으로도 받아들여진다.
민주통합당 입장에서도 국회 조문단 구성을 굳이 ‘압박’하지 않는 모양새다.
조문단 파견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정서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자칫 집착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결과다.
민주통합당은 국회 조문단 문제를 재론하지 않는 것은 물론, 한때 논의했던 당 차원의 자체 조문단 파견도 검토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대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의 조문단 파견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여기에 당 인사가 참여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