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벌써부터 막막하네요”
16일 수원 우만동에서 만난 조모(49·여)씨는 텅빈 식당 테이블에 앉으면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조씨는 “작년부터 고창에 계신 홀어머니께 내려간다는 약속만 수십번했지만 내려가지 못한지 벌써 일 년이 지났다”며 “고창에 다녀올 기름값에 선물값을 생각하면 어머니께는 죄송하지만 도무지 여력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만동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조씨는 지난 5월부터 수원외국어마을 리모델링 공사의 하청업체인 ㈜다전스톤 인부들을 대상으로 현장식당(함바)를 운영하면서 살림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공사가 끝난 지금까지 업체로부터 6개월분의 식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가 “사정이 나아지는대로 빨리 지급하겠다”는 말만 수개월 째하면서 지불을 미루는 동안 가게 임대료와 재료 구입비 등 빚은 늘어만 갔다.
공사를 발주한 수원시도, 원청업체도 ‘하청업체의 사정에 관여할 수 없다’며 한발 물러서자, 조씨는 “한끼에 4천원씩 하는 식사를 공사 시작시간에 맞춰 제공하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일했는데 돌아온 대가는 빚밖에 없다” 눈시울을 붉혔다.
조씨처럼 공사장 현장식당을 운영했다가 수금이 되지 않아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장식당의 경우 노동관계가 아닌 일반 계약관계에 해당돼 미지급금을 받으려면 소송 등 법적절차를 밟는 수밖에 없어 영세업체의 경우 소송비용까지 마련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수원의 한 택지개발지구에서 현장식당을 운영했었다는 김모(49)씨도 “지난해 8월 공사가 끝나 식당을 철거했지만 아직도 500여만원을 받지 못해 지금 소송중에 있다”며 “힘들게 일하는 인부들의 밥문제를 가지고 안준다고 할 수도 없어 일단은 팔았지만, 수개월째 소송에 시달리면서 아직도 못받은 것을 생각하면 후회된다”고 말했다.
현장식당 정보 전문 커뮤니티 ‘함바 시스템’ 김범준 대표는 “현장식당 열 곳 중 반 이상은 미수금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다고 무방하다”면서 “특히 1군 건설업체를 제외한 2군 업체와 하청업체들을 대상으로 식당을 운영할 경우 식대를 받지 못해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허다하니 처음 계약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