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에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의 경우 경제위기를 구조조정과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활용하지만, 중소기업은 불공정한 거래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8일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대기업의 생산은 외환위기가 일어난 1997년에서 2009년 사이 2.9배 증가한 데 반해 중소기업은 1.04배로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인 이자보상배율의 경우, 1998년 당시 대기업은 0.6, 중소기업은 0.9로 채무상환 능력이 비슷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에는 대기업이 5.6으로 크게 좋아졌고, 중소기업은 2.6으로 개선 속도가 더뎠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2009년 현재 대기업은 29.3%, 중소기업은 43.2%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금융이자를 충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경영지표에서도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중소기업은 2008년 5.10%에서 2010년 5.55%로 0.45%p 늘어난 반면 대기업은 같은 기간 6.58%에서 7.83%로 1.25%p 올랐다.

이자보상배율은 중소기업이 2008년 2.4에서 2010년 2.8로 다소 좋아졌고, 대기업은 6.6에서 8.2로 크게 올랐다. 부채비율도 중소기업은 2008년 155.57%에서 2010년 145.09%로, 대기업은 111.46%에서 86.32%로 각각 낮아졌지만, 격차는 44.11%p에서 58.77%p로 벌어졌다.

이같은 원인에는 대기업은 위기 극복 과정에서 자기자본이 부채보다 많아진 반면 중소기업은 여전히 부채가 자기자본보다 많은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위기 대응능력의 차이도 있지만, 불공정한 거래구조가 작용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9∼2010년 중소기업의 원자재 평균 구매가격이 18.8% 오른 데 반해 납품단가 인상률은 1.7%에 그쳤다. 이는 중소기업이 대기업 거래에서 겪는 애로사항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의 납품단가 미반영’(48.8%), ‘납품단가 인하요구’(42.4%) 등 2가지를 가장 많이 꼽은 중소기업실태조사에도 나타난다.

한국개발연구원 관계자는 “1990년대 이래 분배가 악화하는 시점과 대·중소기업간 격차가 확대되는 시점이 일치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