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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비정함 들여다보다

내달 15일까지 양평 닥터박갤러리… 애완견 희귀동물 민화·팝아트로 표현

 

곽수연의 그림 속, 주인공인 ‘개’는 여러곳을 돌아다닌다.

꽃밭, 섬, 때로는 책상위에도 올라간다.

공작부부를 만나러 간 숲속에선 날을 세우고 따지는 공작남편에게 당황하기도 하고, 섬으로 판다 삼촌을 만나러 가서는 삼촌의 옛 무용담을 심드렁한 표정으로 듣기도 한다.

그리곤 그곳에서 우리에게 묻는다. “내가 아직도 개로 보이니?”

지난 10년간 ‘개’를 소재로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민화로 표현해 온 작가 곽수연의 7번째 개인전 ‘희귀동물보고서’가 양평 닥터박갤러리에서 다음달 15일까지 열린다.

신기하고 독특하다는 이유로 사랑받는 희귀애완동물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다는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도 자신의 분신이자 현대인의 자화상인 ‘개’를 통해 인간의 세상을 표현했다.

곽수연 작품 특유의 거울효과, 다시 말해 우리들의 모습을 담은 거울을 또 다른 대상에게 투영해 유추토록 하는 독특한 조형양식은 이번 전시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개를 통한 이야기 구조는 동일하되, 더 광의적인 문제에 접근해 인간을 비롯한 모든 것을 포함하는 더 커다란 담론을 그림 속 재치와 익살의 우화로 녹여낸다.

한편에선 인간과 가장 밀착돼 많은 사랑을 받는 애완동물인 개가, 소외된 채 삶의 터전을 잃은 희귀동물을 만난다는 설정을 통해 인간이 자연에게 행하는 ‘애정의 횡포’를 중의적으로 비꼬기도 한다.
 

 

 

 

 

 


여기에 민화와 팝아트를 아우르는 작가 특유의 표현양식은 따뜻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지만, 우리에게 친근한 ‘개’를 매개체로 민화나 팝아트적 요소를 적절히 사용해 표현하니, 관객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선이 지켜지는 것이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인간이 강자라는 이유만으로 같이 살아갈 동물들을 고르고, 인간에게 선택 받지 못한 동물들은 서서히 사라지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밝혔다.

곽수연은 “인터뷰가 가능할 것 같은 소수 동물들을 내 화폭에 담아 자유롭게 뛰어다니게 하고, 그 안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펼치고, 인터뷰하기도 하며, 같이 앉아서 차를 마시거나 얘기를 하는 재밌는 상상을 해본다”면서 “어쩌면 지금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개와 고양이들도 사람과의 동거에 적응하지 않았다면 희귀동물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냥 희귀동물을 그려야지 하는 것 보다 이 동물들이 사람에게 무엇을 말해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만약 사람도 희귀동물에 속하는 날이 온다면 하는 무서운 생각도 해보게 된다. 사람이 만약 희귀동물이 된다면 누가 기록해 줄까?”라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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