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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속 ‘매매춘 실체’

매매춘, 한국을 벗기다

국가와 권력은 어떻게 성을 거래해 왔는가

강준만 글 | 인물과사상사 | 264쪽 | 1만2천원

정부는 한 편으로 ‘엄정 단속’을 외치면서도 한 편으로는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매매춘을 국책 사업화한다.

급기야 매매춘이 애국심과 결합해 몸을 팔아 벌어들인 달러로 경제를 일으켜 세운다는 논리까지 등장했으니 가히 국가의 주요 정책 수단이라고 할 만하다.

국가가 ‘포주’가 되어 매매춘을 장려하는 사회와 ‘도덕적 분노’를 앞세워 매매춘 근절을 위한 근본주의적 처방을 남발하는 사회가 공존하는 현실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이번 신작에서는 한국 근현대사 속의 매매춘의 실체를 벗긴다. 한국 매매춘의 역사 현장을 산책하며 그 시작과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보는 일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돌아보는 데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저자는 매매춘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매춘’이 아니라 ‘매매춘’이란 용어를 사용한다는 말로 글을 시작한다. 매춘이란 몸을 파는 사람과 몸을 사는 사람이 있을 때 성립하기 때문에 성을 ‘파는’ 매춘부(賣春婦)와 성을 ‘사는’ 매춘부(買春夫)가 똑같이 문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용어 선택에서부터 드러나듯 매매춘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은 성을 사는 사람보다는 성을 파는 사람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루었고, 이는 자연스레 성을 파는 매춘부들에 대한 몰이해로 이어졌다.

저자는 다시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든 매매춘의 뿌리를 살펴보기 위해 개화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등가가 들어서며 매매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와 해방, 미 군정, 군사정권 등을 거치며 매매춘이란 큰 주제를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재조망한다.

그의 이러한 작업은 그동안 고의적 혹은 정략적 의도로 단절되고 잊힌 매매춘 기록들을 일별함으로써 가림막 없는 한국 사회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부록에서는 ‘한국 간통의 역사’를 다룬다. 1950년대만 해도 아내의 간통죄 고소는 신기한 사건이었다. 1992년 여론조사에서는 간통죄 폐지에 대해 남자보다는 여자가, 여자 중에서도 미혼 쪽의 반대 의견이 훨씬 많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은 법률의 존재가 무색할 정도로 ‘간통의 천국’이 되었고, 애인 하나 없는 주부는 장애인 취급을 받을 정도로 불륜이 생활화됐다.

저자가 설명해주는 간통의 역사는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남성 우월주의를 지켜내려는 기득권층의 모순적 태도와 함께 급변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성 풍속도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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