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의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엄기영 대표의 자질을 두고 도내 문화계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경기지역 문화인 등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 3월 19일 권영빈 대표이사가 사임함에 따라 공고를 내고 대표이사를 모집했으며,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 과정을 거쳐 지난 12일 전 MBC 사장 엄기영 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재단은 지난 2006년 8월 대표이사를 선임할 당시 발표한 공고에서는 ‘저명 문화예술인 또는 다년간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한 자’이거나 ‘문예진흥원 등에서 경영진으로 본부장급이상 재직한 경력이 있는 자’ 등으로 지원자격을 제한한 것과 달리 이번 공고에서는 ‘재단 자체 취업규정에 저촉되지 않으면 누구나 지원가능하도록’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엄 대표는 지난해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정치적인 행보를 걷고 있으며, 당시 선거캠프에서 불법선거운동을 한 정황이 적발돼 조사를 받은 인물이라는 점과 MBC 방송기자와 앵커 등으로 일한 경력 이외에는 문화예술계에서 종사한 경력도 전무하다는 점에서 도내 문화계에서 문화예술지원단체의 수장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내 문화단체 한 인사는 “경기문화재단의 역할과 특성상 재단의 대표자의 자리에는 문화예술 전문가가 선임되는 것이 맞다”며 “엄 대표가 방송전문이긴 하지만 문화예술전문가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도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 A 씨도 “강원도 출신에 서울에서 방송인으로 활동한 엄 대표가 얼마나 경기도 문화예술을 이해할지 염려스럽다”며 “대표 선출 전부터 내정 언론보도가 먼저 나오는 등 이번 선정과정은 유달리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엄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 꼬집었다.
심사를 맡았던 추천위원회 B 위원은 “방송과 문화예술은 서로 연관된 부분이 많이 있어 추천하게 됐다”면서 “지원한 16명 중 경기도내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일부였고, 그 중 엄 대표가 고득점을 받아 가장 적절한 것으로 의견이 모아져 이사회에 올려졌다”고 밝혔다.
한편, 16일 취임한 엄대표는 향후 2년간 연 600억 이상의 예산을 바탕으로 도의 문화정체성 탐구과 함께 문화예술활동 지원사업을 실시하는 재단의 경영업무를 총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