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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예술공연에 들썩인 국화도의 아름다운 밤

밤바다를 무대로 무용수는 아름다운 춤사위를 선보였고, 주민들은 흔히 볼 수 없는 무대에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무용수와 주민들은 공연을 통해 하나가 됐고, 이내 마을은 축제의 장이 됐다. 경기도립무용단의 국화도 순회공연 ‘경기도 방방곡곡-춤사랑 큰희망’의 얘기다. 문화 공연을 자주 볼 수 없는 주민들을 위해 도립무용단이 찾아와 공연을 열고, 함께 신나는 춤판을 벌인 것. 지난 2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작은섬, 국화도에서 열린 경기도립무용단의 순회공연을 동행취재했다.<편집자 주>

 

 

▲작은 섬, 국화도에서의 공연

배를 타고 전곡항으로부터 40여분을 들어가야 닿을 수 있는 국화도는 35가구, 50명 남짓한 주민이 바지락과 굴을 캐 살아가는 작은 섬마을이다.

평균연령 57세. 주민 대부분은 육지에 출가한 자식들을 두고 있는 노인들로, 일년에 영화 한편 보기도 힘든 집이 태반이다.

평소 문화 공연을 접하기 힘든 주민들에게 무용단의 공연은 흔치 않은 마을이벤트다.

무용단을 위해 주민들은 마을회관을 대기실로 선뜻 내주고, 바지락 찜이며 간식거리를 내왔다.

이장님은 마을방송을 통해 연신 도립무용단의 공연을 알렸고, 공연 직전에는 “아무개네 안왔네”, “아무개네 빨리 불러”하며 방송으로 호명했다.

끈끈한 인심과 따뜻한 온기가 묻어나는 국화도에서의 공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국화도의 밤은 육지의 낮보다 아름다웠다.

사실 경기도립무용단이 국화도에서 공연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해 가을 첫 공연에서 주민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후 계속된 주민들의 러브콜에 경기도립무용단이 다시 한번 섬을 찾게 된 것.

한 번 경험을 했던터라 공연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석양이 질 무렵, 저녁 바다를 배경으로 공연의 막이 올랐다.

고은심, 나신영, 정혜선 단원의 화려한 ‘부채춤’으로 시작한 무대는 김용범, 정우철 단원의 ’진도북춤’으로 고조되기 시작했다.

북춤을 본 편영희 씨는 “북춤을 추는 남자들의 흰 옷자락이 나풀거릴 때마다, 온몸에 전율을 느낄 정도로 짜릿함을 느꼈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전통무용만의 섹시함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은하 단원은 ‘살풀이’를 통해 고아한 한국적 선의 미(美)를 선보였으며, 부채춤으로 화려한 시작을 알렸던 고은심, 나신영, 정혜선 단원이 다시 나와 장고춤으로 주민들의 흥을 북돋았다.

 

 

무용단의 막내들이 선보인 ‘즐거운 하루’는 꼬마신랑, 꼬마각시를 재해석한 귀엽고 아기자기한 무대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점점 끌어올려진 감정은 ‘미얄과장’에서 분출됐다.

봉산탈춤의 일부분인 미얄과장은 할머니 탈을 쓴 ‘미얄’과 ‘영감’, 젊은 첩 ‘덜머리집’의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탈춤으로, 주민들은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에 울고 웃으며 공연을 즐겼다.

열광적인 반응은 사물놀이패(이용문, 국철민, 이규석, 길준섭, 강구철)의 사물놀이에서 절정을 이뤘다.

가슴을 울리는 꽹과리와 징, 장구와 북의 울림은 그동안 섬 주민들에게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기에 충분했다.

하나, 둘 주민들이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고, 공연은 무대를 벗어나 주민들과 함께하는 축제로 변모했다.

그동안 나왔던 출연자들과 주민은 한데 엉켜 한바탕 춤판을 벌였고, 신나는 사물놀이를 배경음악삼아 축제는 한동안 이어졌다.

박윤영 국화리 이장은 “이 곳 국화도까지 와서 공연을 해 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힘들텐데 끝까지 주민들에게 웃으면서 공연을 해준 단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면서 “지속적으로 찾아와 공연을 해준다면 국화도 마을 주민들의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번 공연에 참여했던 정은하 경기도립무용단원도 “정규공연에서의 관객들과 달리 크게 웃어주시고, 박수쳐주시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힘이 났고 이런 찾아가는 공연을 통해 마을 주민들과의 교감이 더 잘 이뤄지는 것 같다”면서 “큰 무대에서와 달리 함께 호흡하고, 함께 즐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마을 주민들이 기뻐해 주셔서 공연을 하는 동안에는 정말 즐겁게 즐기면서 공연을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으로도 계속 봉사

경기도립무용단의 찾아가는 공연은 국화도가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풍도, 육도 등 문화 생활을 즐기기 힘든 섬마을에서의 공연이 예정돼 있으며, 섬 뿐만아니라 시골 분교에서의 공연도 할 계획이다.

채명신 경기도립무용단 기획 부실장은 “사실 찾아가는 공연의 특성상 일반 무대에 비해 단원들이 힘든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지만 그만큼 또 뿌듯하고, 보람이 있다”면서 “경기도립무용단은 앞으로도 ‘경기도 방방곡곡-춤사랑 큰희망’ 무대를 통해 무용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도민과 함께하는 예술 활동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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