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승려들이 호텔방에서 억대 도박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사태의 책임을 지고 조계종 총무원 간부들이 일괄 사퇴하기로 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승려들이 도박을 하는 동영상이 언론에 공개된 10일 오전, 조계종 총무원은 회의를 열고 총무원 부장과 실장급 간부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퇴를 표명한 간부들은 총무부장과 기획실장, 재무부장, 사회부장, 문화부장, 호법부장 등이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도박 사태의 책임을 지고 간부들이 사태해결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며 “다음주 쯤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이날 도박판을 벌인 당사자를 종헌종법에 따라 엄벌하라고 긴급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 조사에 나선 조계종 총무원은 이르면 11일 오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사태 해결에 나설 예정이다.
조계종은 28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교단에 먹칠을 하게 됐다며 뒤숭숭한 분위기다.
앞서 지난달 23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조계종 사찰 주지 등이 포함된 승려 8명은 전남 장성의 한 호텔방에 모여,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수 억 원의 판돈을 걸고 포커 도박판을 벌였다. 이 장면을 담은 동영상과 함께 고발장이 9일 검찰에 접수되면서 수사가 시작됐고, 동영상이 이날 언론에도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고발장에 “토진 스님과 성명 불상의 스님들이 호텔 스위트 룸에서 밤을 세워가며 수억원에 달하는 판돈을 걸고 소위 포커 도박을 했다”며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 등을 위반했으므로 철저히 수사해 엄벌에 처해달라”고 촉구했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도박 장면을 몰래 촬영해 폭로한 경위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고 있다. 반대파들이 상대방을 제거하기 위해 동영상을 찍어 폭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에따라 자칫 도박 파문으로 조계종이 내분사태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토진 스님은 일신상의 이유로 지난 5일 사의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