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왼손잡이 낫이 없던 탓에
오른 손가락 교대로 피 흘려야 했다
키만 하던 말꼴 망태기 메고 헤매던 들녘에서
발등에 꽂힌 채 뽑히지 않던 낫을 붙잡고
누이와 함께 울던 벌건 대낮이 있었다
여물 썰던 작두날에 문드러진 검지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왼 손가락과 맞대어 보면
한 15도쯤 휘어져 있다
그런 사건들이 하나 둘 슬픔이 되어 쌓인 탓인지
내게는 지금도 한 15도쯤 휘어진 슬픔이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 정원도 시집 / ‘귀뚜라미 생포작전’ / 2011 / 푸른사상

이 시는 대단히 역설적이다. 흔히 검지는 이것저것 무언가를 지시하고 가리킬 때 쓰는 손가락이다. 보통 사람과 다른 습성을 지닌 왼손잡이는 늘 위태로움이 따라 다닌다. 지금 세상에도 왼손은 오른 손(옳은 손?)의 반대이며 곁눈질의 상징이다. 왼손잡이에 대한 배려가 없던 시절 오른 손 쓰는 사람만을 위한 낫으로 다친 왼손잡이의 상처가 아이러니하게도 오른 손 검지다. 40년전 한 농촌의 소년에게 있을 법한 풍경 같지만 시인이 노래하는 ‘검지이야기’는 왼손잡이에 대한 배려가 없음으로 마침내 무언가를 가리키게 되는 오른손 검지에 15도 휜 아픔이 남아있게 됐다는 슬픈 파라독스가 숨어있다. 왼손잡이의 휘어진 슬픔이 이 시대에도 겹쳐 보이는 쓸쓸한 노래다. /김윤환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