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분양 후시공 형태의 국내 건설업계가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로 경기지역에서 ‘제살깎아먹기’식 분양 마케팅을 벌인 뒤 된서리를 맞고 있다.
국내 주택사업은 먼저 분양한 뒤 건물을 짓는 방식이라 초기 분양률이 일정 수준을 못 넘기면 돈줄이 막혀 사업이 중단된다.
이 때문에 무리하게 짜낸 분양 촉진책이 결국 대규모 계약해지 등 역풍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A건설사는 2010년 10월 계약금 보장제를 실시했던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한 아파트 사업장은 계약자가 해약을 원하면 위약금 없이 3천만원을 고스란히 돌려주기로 해 상당수를 미분양 처리했다.
그러나 보정역 사업장은 입주를 3개월 앞둔 현재 총 379가구 중 절반 이상이 미분양으로 돌아왔다. 중대형에 대한 수요가 줄고 유럽발 금융위기 대한 불안이 지속돼 집값이 떨어지자 계약자들이 대거 해지에 나서자 결국 올해 초 계약금 보장제를 중단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으로 분양 마케팅을 벌이는 까닭은 일정 수준의 분양률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에 엄청난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공사비를 회수할 수 있는 분양률 마지노선이 50%기 때문에 이에 못 미치는 사업장에는 돈을 못 빌려준다”고 말했다.
과거 부동산 호황기에는 설령 미분양이 나더라도 내부 직원에게 미분양 물량을 떠넘겨 분양률을 높이는 관행도 있어왔다.
실제 벽산건설은 일산 식사지구 시티 ‘벽산블루밍’ 아파트 잔여분을 직원 108명에게 분양해 500억원을 대출받았다.
GS건설도 ‘일산자이 위시티’ 707가구를 직원에게 분양하고 2천억원을 대출받은 바 있다.
그러나 100대 건설사 중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받는 업체가 23개로 늘어나는 등 경기가 악화되자 월급이 수개월째 밀린 채로 억지로 맡은 미분양 아파트의 대출 이자까지 내게 된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더 이상 내부적으로 처리할 수 없게 된 미분양 물량까지 털어내기 위해 더 독한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