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구 주택에 거주하는 이모(39·용인 기흥) 씨는 최근 부산 출장을 다녀오면서 고속도로 과속 감시 카메라에 찍힌 듯해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에서 과태료 부과내역을 조회했다.
그러나 이씨는 최근이 아닌 지난 1월 과속 감시 카메라에 단속된 결과만 확인했다.
과속 관련 과태료 우편을 받지 못한 이씨는 경찰서와 우체국에 이를 문의한 결과 우편에 건물 번지까지만 기입돼 주소불명으로 반송됐다는 답변만 들었다.
의아해한 이씨는 차량등록사업소와 주민센터,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까지 잇따라 확인한 끝에 도로명주소 시행 후 다가구 주택은 주민등록등본 등 공적장부에 동(棟)·호(號)수가 표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씨는 “다가구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우편물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국토부 담당자의 경우 우편물 반송으로 가산금 등의 피해를 입을 경우 오히려 고소를 하라며 나몰라라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의 도로명주소 시행 이후 다가구 주택 거주자들이 과태료 등의 우편을 제대로 받지 못해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각 정부부처와 소속기관은 이같은 사실조차 파악 못해 피해구제 등 대처에 미온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20일 행정안전부와 경기지방경찰청, 차량등록사업소, 경인지방우정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 1월1일 도로명주소 전면 시행에 앞서 지난해 10월28일부터 주요 공적장부의 주소를 지번방식에서 도로명주소로 전환, 같은달 31일부터 주민등록등·초본 등 주요 민원서류를 변경된 주소로 발급하고 있다.
특히 표준지방세정보시스템과 자동차관리시스템 등 54개에 이르는 각 부처와 지자체의 인허가 및 신고·등록업무시스템을 도로명주소로 전환, 민원서류와 세금, 과태료 고지서 등 903종의 민원업무를 도로명주소로 발급 중이다.
하지만 주요 민원서류의 토대가 되는 주민등록등본 주소지의 경우 다가구 주택은 동·호수가 제외된 번지까지만 표기된다. 의무사항이 아닌 동·호수 표기는 전입 신고 시 민원인이 요청할 경우 세부사항으로 표기토록 돼 있다.
이로 인해 주민등록등본 상의 주소를 토대로 경찰청과 국토부 등에서 발송하는 과태료 등의 우편물이 다가구 주택 거주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체납에 따른 가산금, 재산압류, 사업정지 등의 부당한 행정처분까지 뒤따르는 등 부작용도 양산하고 있다.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은 과태료 체납 시 납부기한이 지난날부터 100분의 5에 상당하는 가산금을, 또 최대 60개월까지 매 1개월 마다 1천분의 12에 상당하는 중가산금을 부과토록 하고 있다.
2010년 현재 전국 다가구 주택은 88만6천여 가구(경기지역 14만8천700여 가구)에 달한다. 올 상반기 경기·인천지역에서 주소불명(18만6천여건) 및 수취인불명(52만8천여 건)으로 반송된 등기우편(일반, 통상우편 제외)은 71만4천여건이다.
주소불명은 발송인이 주소를 잘못적어 우편물에 적힌 주소에서 수취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 수취인불명은 살고 있는 사람이 불분명할 경우라고 경인지방우정청은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 상에 문제가 있어 보완 중”이라며 “다가구 주택 등의 동·층·호 상세주소가 법정주소로 표시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