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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삼월의 눈발처럼

삼월의 눈발처럼             /전서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혼자 하는 외출 같았으면 좋겠다



저 혼자 피었다 지는 꽃처럼

슬쩍 앉았다 가는 삼월의 눈발처럼



창 밖에 내리는 저녁 빗소리

가만가만 불러내면

헐거워진 삽짝 밀어내듯

아무도 모르게 외출하고 싶다



빗방울 길게 누운 낯선 길에 튀다가

그리운 우산 속으로 얼굴을 들이밀면

못 이기는 척

그의 지친 어깨에 손을 얹고 싶다



취기 어린 선술집 붉은 등 아래

반쯤 남은 술잔에 눈을 맞추며

사랑한다는 말은

내리는 빗소리에 묻어둔 채



돌아와 누운 한잔 술의 고단함에

새순에 얹힌 봄눈처럼

자취도 없이 녹아내리고 싶다

 


 

격렬하거나 화사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사랑이 있다. 소월(素月)의 산유화처럼 호젓이 “저 혼자 피었다 지는” 그런 꽃 같은 사랑이 있다. 저녁 빗소리 불러내고 “사랑한다는 말은/ 내리는 빗소리에 묻어둔” 고즈넉한 사랑이 있다. “슬쩍 앉았다 가는 삼월의 눈발처럼” 애탐을 초월하여 “자취도 없이 녹아내리고 싶은” 그런 사랑이 있다. 홀로의 사랑이 그리 쓸쓸하지만은 않다. 나도 나이가 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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