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많은 꽃은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오늘 꽃 대궐에서 맞은 90번째 생일은 내 평생 가장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지난달 29일 고양시 호수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고양 국제꽃박람회에 ‘뜻 깊은 손님’이 찾아왔다.
고양시의 초청으로 1억 송이의 꽃이 만개한 박람회장을 찾은 손님은 바로 정모(91), 박모(90), 유모(85) 할머니 등 3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관계자 등 총 9명이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박람회장을 둘러본 할머니들은 각국 전시관, ‘월드 플라워 가든’, ‘사색의 향기 정원’ 등에 설치된 개성 넘치는 전시물을 보며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다.
또한 자매결연 도시인 미국 마우이 카운티의 신나는 민속공연을 볼 때는 박수를 치며 장단을 맞추기도 했다.
특히, 이날 90세 생신을 맞은 박 할머니는 “꽃 속에 파묻혀 있자니 20대의 청춘을 다시 만난 듯 황홀했다”며 “시의 배려와 시민들의 환대에 평생 잊지 못할 생일잔치를 받았다”고 기뻐했다.
또 할머니들은 이날 호수공원 내 문을 연 ‘고양 600년 기념 전시관’도 찾아 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다양한 전시품을 둘러보기도 했다.
유 할머니는 “시의 역사가 600년이나 되는 줄 몰랐다”며 “시각장애 3급인 탓에 각양각색의 꽃들을 볼 수 없는게 너무 안타깝지만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관람을 마친 뒤, 할머니들은 전시관 밖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을 보고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 소녀상은 일본대사관(서울 종로구)을 바라보는 자리에 설치된 것과 같은 것으로 지난 1992년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작된 수요시위 1천회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최성 시장은 “꽃보다 아름다운 청춘을 악몽의 세월로 보낸 피해 할머니들이 이번 박람회를 통해 작은 위로를 얻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방문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건강이 좋지 않아 동행하지 못한 다른 6명의 할머니들과 함께 현재 퇴촌 ‘나눔의 집’에서 공동생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