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즐겁고 뜻 깊은 날들이 많지만, 그만큼 경제적인 부담도 커지는 때이기도 하다.
특히 어버이날엔 카네이션보다 현금을 더 좋아하는 부모님께 넉넉한 용돈도 드리고 감사함을 표하고 싶지만 뻔한 월급에서 몇 십만 원을 떼어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매년 반복되는 어버이날과 기념일 등 부모에게 용돈도 잘 드리고 가계의 부담도 덜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은 없을까.
이와 관련된 한 사례를 살펴보겠다. 어느 집에 형제가 있었는데, 큰 아들은 부모를 모시고 살면서 매월 20만원씩 용돈을 드리고 작은 아들은 분가해 서울에서 사는 관계로 주택을 구입하면서 대출금을 갚느라 여유가 없어 매월 용돈을 드릴 수가 없어 적금을 부어 1년에 한 번씩 부모에게 200만원을 드렸다.
그런데, 지난해 작은 아들에게서 200만원을 받은 부모는 그 돈으로 동남아 여행을 다녀오더니, 1년 내내 동네 사람들에게 “둘째가 해외여행을 보내 줬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 받은 200만원으로는 고급 가죽 소파를 들여놓고 동네사람들과 친척들을 불러서 다 앉아 보게 하면서 또 둘째 자랑을 했다.
부모를 모시고 살면서 더 많은 용돈을 드리고 있는 큰아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매우 억울할 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똑같은 액수의 용돈을 드리더라도 그 방법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상담을 해 보면 많은 이들이 부모의 용돈과 부모에게 자녀의 양육을 부탁할 경우 양육비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거기에 주택이라도 마련하면 당장 대출이자까지 부담해야 하므로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기고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된다.
예컨대, 매월 500만원 정도의 수입이 있는 맞벌이 부부가 미혼 때부터 부모에게 각자 30만원씩 용돈을 드렸다고 하면 결혼 후 월 60만원이 고정적인 용돈으로 나가고 4억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2억원의 대출을 받았다면 매월 대출 이자로 약 65만원, 각종 생활비와 공과금, 두 사람의 교통비와 용돈 등으로 200만원이 들어가고, 또 아이의 양육을 맡기면서 부모에게 매월 100만원을 드리고 나면 저축할 돈은 채 100만원이 되지 않는다.
결혼 전 부모에게 용돈을 많이 드렸더라도 결혼 후에는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방법도 바꿔야 한다.
만약 부모가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면 매월 용돈을 드리는 것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부모는 그 용돈을 매월 수입의 일부로 생각해 여기에 맞춰 소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을 못하는 상황이라면 매월 생활비를 드리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매월 용돈을 드리는 것은 부모의 소비성향만 키우는 셈이 된다.
그러다 은퇴를 하고 경제 활동을 중단하게 될 경우라면 사례에 나오는 작은 아들처럼 애초에 용돈을 모아 드리는 것이 매달 조금씩 드리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유용할 수 있다. 또 재무목표에 따라 용돈의 액수를 줄여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주택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았다면 대출금 상환의 어려움을 부모에게 말하고, 주택을 마련하는 데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매월 용돈 대신 보너스나 적금을 부어 1년에 한 번 용돈을 드리는 것으로 조정하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매월 부담하는 고정지출이 줄어 저축 여력이 생기고, 부모도 유용하게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자료제공=모네타(http://www.moneta.co.kr) 상담방법모네타 → 재테크칼럼>
윤기림 모네타 컨설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