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8 (목)

  • 맑음동두천 -3.5℃
  • 맑음강릉 4.8℃
  • 맑음서울 -1.2℃
  • 박무대전 -0.2℃
  • 박무대구 1.0℃
  • 맑음울산 4.4℃
  • 맑음광주 2.5℃
  • 맑음부산 8.0℃
  • 맑음고창 -0.6℃
  • 맑음제주 7.4℃
  • 구름조금강화 -0.4℃
  • 맑음보은 -3.7℃
  • 흐림금산 -2.5℃
  • 맑음강진군 1.5℃
  • 맑음경주시 2.9℃
  • 맑음거제 6.2℃
기상청 제공

 

행인 2                                        /신동집

가지에 주렁 달린 열매를 보아라.

행인(行人)이여

반짝이는 한 알씩의 노래를 보아라.

할 일 마친 나무는 아득히

생각에 잠긴다.



열매들의 달롱이는 노래도 알 바 없이

나무는 대지(大地)의 다스림을 받아들인다.

해 짧은 날의 목숨을

한로(寒露)의 가지 끝에 걸어 놓고

떠나는 행인(行人)이여.



누구나 다 한 번은

마지막이 될 인사를 남겨 놓고

돌아갈 곳은 언제나

서리 묻은 원점(原點)이다.

 

길 떠나는 이여. 한로의 가지 끝에 짧은 목숨을 걸어놓고 떠나는 이여. 열매를 맺은 후 할 일 마친 나무가 대지의 다스림을 따르듯 겸허히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무(無)로의 영원한 회귀, 그것이 삶이다. 그것은 허무가 아니다. 시작된 원점으로 돌아가는 우주적 삶이다. 시원에 이르는 길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