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60년 만이다.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이 오늘(19일)부터 폐지된다. 친고죄 폐지를 포함한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 성범죄 관련 6개 법률과 150여개 신설·개정 조문이 시행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관리가 강화된다. 특히 이 가운데 비록 늦긴 했지만 ‘친고죄(親告罪)’ 폐지는 참으로 당연한 일이다. 친고죄는 피해를 당한 사람의 고소가 있어야만 검찰이나 법원이 죄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죄가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나중에라도 고소가 취하되면 검사는 기소할 수 없다.
만약에 기소됐더라도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 친고죄는 특히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친고죄 조항으로 인해 지금까지 가해자 처벌의 책임과 부담까지 성폭력피해자 개인이 떠맡아야 했던 것이다. 지난해 본란에서도 지적했지만 친고죄는 그동안 ‘성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개인 간의 문제’라는 사회적 편견을 만들었다. 원래 성범죄 친고죄는 성폭력피해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생겨났지만, 또한 이로 인해 ‘성폭력은 개인 간의 합의로 해결될 수 있는 사적인 문제’라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된 것이다.
친고죄 조항은 ‘성폭력피해자의 고소 결정에 관한 중압감, 가해자 측의 끈질긴 합의 요구, 수사재판기관의 고소 취하를 염두에 둔 소극적 수사, 고소기간 제한으로 인한 피해자의 갈등’과 같은 문제들을 만들어왔다. 성범죄를 당한 당사자나 가족의 입장에서 수치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성범죄는 울며 겨자먹기식의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성범죄는 피해자나 그 가족의 일생에 지울 수 없는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남긴다. 강력한 형벌로 다스려야할 흉악한 범죄인 것이다. 성범죄자 처벌은 당연하며 법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처벌을 통한 재발 방지는 국가 형사사법시스템의 당연한 역할이자 의무이다. 그렇다고 성폭력피해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등한시 하라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성범죄자 처벌만큼 중요하므로 국가가 앞장서서 적극 보호해야 한다. 어찌됐거나 이제부터는 피해자가 아니어도 성범죄에 대한 고발이 가능하게 됐다. 또 13세 미만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대상 강제추행죄, 준강제추행죄, 강간살인죄는 공소시효 적용이 배제된다. 앞으로도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를 보듬는 일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해주길 바란다. 성범죄 친고죄 폐지,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