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저현고등학교 학생들이 정신근로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팔찌를 판매하고 있어 화제다.
판매를 시작한 지 한달이 채 안 됐지만 팔찌는 벌써 5천여개나 팔렸으며 인기에 힘입어 추가 주문제작에도 들어갔다.
팔찌 판매 아이디어를 처음 낸 주인공은 저현고 동아리 ‘견달천의 비상’ 소속 유현정(17)양.
유양이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을 위한 팔찌 판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난달 동아리 친구들과 광주를 찾아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84) 할머니를 만나면서다.
이날 유양 일행은 양 할머니를 만나 고(故) 김혜옥 할머니 묘소에 참배하고 양 할머니가 눈물을 쏟으며 초등학교 6학년의 어린 나이에 일본에 끌려가 20개월이 넘도록 군용 비행기를 만드는 미쓰비시 공장에서 페인트칠을 한 이야기를 듣고 울컥함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 아이돌 그룹인 ‘비스트’의 멤버 양요섭이 ‘위안부 의식팔찌’를 하고 방송에 나왔다는 기사를 접하게 됐다.
이에 유양은 근로정신대를 돕는 팔찌도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공장에서 팔찌를 주문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는 동아리 지도교사의 도움도 없이 유양의 아이디어와 힘으로만 시작된 일이다.
팔찌에는 영어로 ‘Don't cry grandma. We'll never forget you.(할머니 울지 마세요. 잊지 않을게요)’라고 새겼다.
유양은 “단순한 문구지만 할머니께 해 드리고 싶은 말”이라며 “내가 몰랐던 것처럼 근로정신대 역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우리라도 기억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팔찌 주문 물량이 너무 많아져 ‘견달천의 비상’뿐만 아니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유양의 어머니 등이 이 일에 동참해 일손을 돕고 있다.
이와 함께 유양과 동아리 친구들은 지난 10∼11일 일산호수공원에서 길거리 홍보활동을 펼치며 뙤약볕에도 불구, 어른들에게 근로정신대가 무엇인지, 일본군 위안부와는 어떻게 다른지 열심히 설명했다.
일본군 위안부는 군의 성폭력 피해자이며 근로정신대는 전쟁에 필요한 노역을 강요당한 피해자이다.
팔찌 수익금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일본 기업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비용으로 지원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