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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찾지 않는 驛… 기억만이 나를 반긴다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기차역
폐역·간이역이 된 26개역 돌며
그에 얽힌 추억과 풍경 스케치

 

기차역은 도착과 출발, 만남과 헤어짐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기차역에 대해 사뭇 상반된 기억을 갖고 있다.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며 마음 한 컨이 쓰렸던 장소로, 어떤 이는 친구, 연인과 함께 낮선 곳으로 떠나는 설레임과 즐거움이 가득했던 장소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처럼 아팠거나 즐거웠던 감정의 기억이 담겨 있는 기차역이 있기에 많은 이들이 과거를 추억할 수 있다.

소설 ‘불온한 식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나여경 작가가 추억의 장소인 기차역의 얽힌 이야기와 그 주변 풍경을 담아낸 ‘기차가 걸린 풍경’을 펴냈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간 인적이 드물어 간이역이 됐거나 폐역이 된 26개의 기차역을 찾아 다니며 주변 풍경과 시간을 재해석했다.

저자는 일상의 무게와 고민을 안고 간이역 여행을 떠났지만, 오랜 역사와 시간을 간직한 역들을 두루 둘러보며 어느새 머릿 속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 간이역들이 저마다 추억과 역사를 간직한 채 평온을 주는 안식처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는 단순히 역에 대한 감상에만 그치지 않고 간이역 곳곳의 생애를 들려주며 주변 명소에 숨겨진 이야기도 함께 이야기한다.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한용운이 독립운동을 도모했던 다솔사의 이름을 딴 다솔사역, 주변에 옹기의 제작과정과 쓰임새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옹기마을이 있는 서생역, 신라 천년 고도의 역사를 지닌 경주역 등 기억해야 할 우리의 역사와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는 서문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숱한 만남과 이별의 보퉁이를 내맡기고 떠난 기차를 또다시 기다리는 역에서 돌아보는 풍광과 세월은 어느 시인의 말처럼 ‘추억이 아니라 전설’이었다. (중략) 다 이룸을 행이라고, 또 다 이루지 못함을 불행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자각은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시간에 얻은 사유의 선물이다. 이 책이 사라진 간이역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부드러운 마들렌 과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 허허로운 어느 마음에 닿아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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