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 한글날을 맞아 국회는 물론 경기도교육청과 지자체에 이르기 까지 사회 각 분야에서 우리말 정체성 확립에 나섰다.
특히 일부 지자체에서는 한글 간판만을 사용하는 거리도 지정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있어 한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회는 1948년 제헌국회가 시작된 이후 본회의장 국회의장석에 한자로 쓰여 있던 ‘의장(議長)’ 명패를 한글로 바꿨다고 8일 밝혔다.
간혹 국회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대한민국 국회서 왜 한글을 쓰지 않느냐’는 지적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한글날을 기념해 본청 사무실 마다 한자로 적힌 부서장의 이름패를 모두 한글로 바꾸고 모든 학교에서 한글날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는 등 우리말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계획도 내놨다.
공공기관들의 한글사랑과 함께 경제권에서도 우리말 정체성 확립에 동참했다.
금융감독원은 한자어와 일본어식 표현이 주를 이루는 금융용어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 조사를 실시, 시민들이 자주 접하는 금융사의 거래 표준약관 중 어려운 금융용어 114개를 선정해 개선키로 하는 등 우리말 사용을 늘릴 방침이다.
한글날을 기념해 우리말 정체성 확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판에 대한 한글사랑도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의 중심이기도 한 세종대왕릉이 위치한 여주시가 대표적으로 지난해부터 한글간판 거리 조성이 한창이다.
법적으로 옥외 간판의 문자는 외국어로 표시할 경우 한글과 함께 적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는 업소가 수두룩해 거리 곳곳의 간판들은 외국어가 점령한지 오래다.
실제 10대부터 20~30대의 젊은 세대들이 주로 찾으며 명소로 떠오른 용인의 한 카페거리는 영어간판이 대다수인데다 심지어 입구에 비치된 메뉴판마저 영어로 쓰여져 마치 외국에 와 있는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지만, 여주시는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한 세종대왕의 뜻을 기리기 위해 여주중앙로 구간과 여주경찰서 인근 먹자골목을 한글간판 거리로 조성했다.
시민 길모(25·여주)씨는 “영문 명칭이던 가게의 간판이 한글로 표시되면서 처음엔 다소 어색했지만 현재는 여주시의 자랑거리”라면서 “한글날에만 반짝 한글에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지속적인 애착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과거 외국어를 사용해 튀어 보이려던 시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낡은 유행 같다”라면서 “여주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도 한글 간판거리를 표준화 한다든지 새로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