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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과 국민을 이어주는 고리가 언론이라면, 공공기관과 언론 사이의 가교는 대변인이다. 대변인은 통상적으로 자신이 속한 기관·단체의 공식적인 입장과 결정을 언론을 상대로 발표 또는 유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그런데 언론은 요샛말로 까칠(?)하다. 전달된 정보를 그대로 믿지 않으려는 강박관념이 몸에 배어 있다. 정보를 왜곡하거나 진정성을 의심하는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대변인의 업무가 하나 더 있다. ‘언론사’와 ‘언론기자’들을 일상적으로 관리하거나 우호적 분위기를 유지하는 속칭 ‘언론 플레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상대에게 타격을 입히는 ‘언론플레이’와는 다른 의미다.

‘언론 플레이’는 만만치 않다. 내로라하는 경기도 대변인이 지난 3년간 3명이나 교체됐다. 3명 중 2명은 임기(2년)의 반을 채 넘기지 못했다.

언론과의 소통 위기를 맞은 경기도가 지난 10월 말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도는 새로운 대변인으로 제일모직과 삼성사회봉사단에서 25년간 민간 홍보 분야 전문가로 이력을 쌓은 황정은(50) 전 사회복지법인 인클로버재단 연구소장을 임명했다. 경기도 최초의 여성 대변인 발탁이다.

지난달 23일 대변인실에서 만난 그녀는 “오랫동안 입지 않았던 정장을 다시 꺼내 입었다. 4년 전인 2009년 대통령표창을 받기 위해 산 단 벌 정장이다”라고 경기도 대변인 임명에 대한 낯선 설렘과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녀는 인터뷰 내내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과 “더불어 살자. 나 혼자 아무것도 못 하는 세상이니까”라며 인간관계에 대한 철학을 쏟아 냈다.

- 첫 여성 대변인이다.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기분이다. 그런데 제가 아닌 조직이 더 어색해하고 조심스러운 것 같다.(웃음)

-민(民)이 아닌 ‘관’(官)은 처음 아닌가.

처음이다. 민간업체에 근무할 당시 공공조직 홍보에 대해 답답한 게 있었다.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즉, 공보적인 개념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다. 민간업체에 있어 홍보는 생존이다. 잠시 근무한 비영리 조직이 추구하는 홍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전략적인 마케팅이 중요했다. 다양한 홍보를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공공영역에 대해 홍보할 기회가 나에게 왔구나.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 공공기관의 홍보는 정보의 폐쇄성이 짙고 제한적이다.

그걸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는 의외로 간단할 것 같다. 공공홍보의 어려움 점이 고객의 개념을 갖기 힘들다는 것이다. 제도 정책을 만들었을 때 최종 목표가 시민 즉, 고객 중심의 관점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면 된다.

- 그럼 도의 행정 정책이 가진 진정성이 언론에 잘 전달되고 있다고 생각하나.

특성을 강화하는 측면으로 가려한다. 언론 담당관실, 홍보실 등의 호흡이 중요하다. 조직적으로 업무를 분리하기보다 협업을 해야 한다.

- 대변인으로 가장 먼저하고 있는 업무는.

기획보도를 위한 콘텐츠를 어떻게 개발할까 논의 중이다. 딱딱한 ‘스트레이트’(straight) 기사 형태는 한계가 있다. 이를 벗어난 스토리가 있는 ‘피쳐’(Feature)기사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다양한 콘텐츠 활용을 위한 유형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 과거로 돌아가 보자.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과거 OB맥주 사장이셨다. 방이 9개였다. 아버지를 존경했다. 공장이 예전 영등포에 있었는데 일을 위해 서울로 상경한 사람들을 데려와 항상 밥을 먹이곤 하셨다. 당시에는 형제가 많으니 집이 크다고 생각했지 돈이 많다는 그런 개념이 없었다. 8명의 형제 중 5째다.

- 술을 8살 때부터 먹었다 던데.

사실이다. 맥주는 음료수로 먹었다. 집에 있는 광에 항상 맥주가 쌓여 있었다. 술이라는 생각보다 그냥 목마르면 먹는 물이라 생각했다. 대학교 때 와서야 맥주가 술인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소주를 마신다.(웃음)

- 대학에서는 수학을, 대학원에서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수학은 논리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수학과 철학을 전공한 예가 많다. 사실 기자가 되고 싶었다. 8번 언론사 시험에서 떨어졌다. 삼성 사회봉사단 근무 당시 복지를 모르니 홍보가 한계에 부딪혔다. 복지를 알고 제대로 된 홍보를 하고 싶어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 제일 모직 입사 당시 유일한 대졸 여사원이다.

입사 후 2년간 사보를 만들었다. 나는 언론 담당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여자는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임원들에게 여자가 언론홍보하면 좋은 점 10가지를 보고서로 제출했다. 다행히 신선하게 받아들여졌고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

- 여자가 언론홍보하면 좋은 10가지가 무엇인가.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 애기였다. ‘여자가 기자를 만나면 돈이 적게 든다’는 그런 내용이 있던 것 같다. 당시만 해도 커피며 밥값은 다 남자가 내는 시절이었으니까.(웃음)

- 무엇을 하고 싶나.

여기 저기 분산된 콘텐츠를 모아 협업하고 융합하는 홍보를 하고 싶다. 최근 경기도가 상을 많이 받았다. 이런 각각의 호재가 스트레이트 기사에서는 의미가 분산된다. 그런데 이걸 다 모아 스토리로 연결하면 정보의 파워, 가치가 커진다.

- 더 큰 범위에서는.

김문수 도지사가 8년 간 얼마나 많은 일을 했겠나. 이것을 역사·사회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역사는 누군가 정리를 해야 한다. 그동안 했던 것을 유형 분류하고 가치 분석을 해서 전파하는 일을 하고 싶다. 이는 김문수 지사에 대한 개인적 의미보다는 ‘경기도’라는 하나의 개체가 8년 동안 움직이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의 역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정치적 오해를 살 만 하다.

저는 정치적인 측면에서 자유롭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 오해는 무신경할 것 같다. 저는 삼성에서 근무할 당시에도 사보를 만들거나 홍보를 하는 것도 역사를 만드는 중대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8년 도정의 가치를 잘 정리해 놓으면 다음 도정을 맡은 분들이 이를 발판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그게 대변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 김문수 도지사를 전에 알았나.

임명장을 받는 날 처음 뵙게 됐다. 책에서 봤던 분을 보는 동경이 있었다. 지금은 그분이 갖고 있는 철학을 어떻게 승화시킬까 고민을 하고 있다.

황정은 대변인에게 25년간 삼성에서 배운 노하우를 물으니 “좋은 것만 기억하는 선택적 기억력”이란다.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가 고된 인간관계 형성과 창조적인 직무를 버티게 한 버팀목 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가진 철학이 물씬 풍기는 명쾌한 답이다.

<황정은 대변인 프로필>

▲서울 출생 ▲성균관대 수학교육 및 행정학 석사 ▲숭실대 사회복지학 박사 ▲제일모직 언론홍보 과장 ▲삼성사회봉사단 부장(사회공헌 기획·홍보) ▲인클로버재단 연구소장 ▲이화여자대학교·숭실대학교 강사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보좌관



글 | 홍성민기자 hsm@kgnews.co.kr

사진 | 오승현기자 os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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