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7일 개관, 4년째 운영되고 있는 수원화성박물관은 수원신도시 건설과 화성을 축성한 정조대왕을 기리고 화성을 제대로 알리자는 취지에서 세워진 테마박물관이다.
박물관에는 연 2~3회 정도 특별전이 열리는 1층 기획전시실과 화성의 축성과정을 담은 화성축성실(1전시실), 영·정조 시대의 문화를 보여주는 화성문화실(2전시실) 등 2개의 상설전시실이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5천635㎡ 규모로, 유물 5천여점을 보유하고 있는 박물관은 특히 수원화성을 보다 세밀하게 알려줄 수 있는 다양한 특별기획전을 열어 박물관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또 상설체험실과 정기교육실을 마련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교육과 ‘국악꽃피다’, ‘찾아가는 박물관’ 등 문화행사, 역사·문화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과 정서 함양을 키우기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 등 수원시민과 수원화성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심에는 지난 8월 23일 수원화성박물관장으로 새로 부임한 이덕재(58) 관장이 있다.
“과거 유물 전시위주의 박물관 운영을 뛰어넘어 전시·교육·체험이 어우러지는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말하는 이 관장을 박물관 관장실에서 만났다.
낮고 조용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이 인상적인 이 관장은 안성 출신으로, 5세 때 부모와 함께 수원으로 올라왔다.
그는 수원에 와서 화성 성곽을 봤던 기억을 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을 통해 떠올렸다.
“어렸을 때 가끔 아버님과 함께 화룡전과 방화수류정 쪽에 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살기 어려웠던 시절이다 보니 설이나 추석 등 특별한 날에 목욕탕을 갔는데, 이 부근에 하나 있었어요. 그 때 성곽을 보게 됐고 이후 학교에 다니면서 자주 접하게 됐죠.”
그와 화성과의 인연은 1978년 공직생활을 시작하면서 더욱 밀접해졌다. 그 해 11월 팔창동(팔달로와 남창동) 동사무소로 발령을 받으면서 수원 성곽 내에서 근무를 하게 된 것이다.
당시 새마을 업무를 맡았던 그는 도로변 환경 정비를 위해 인근 성곽 사진을 찍으면서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수원 화성 모습이 담긴 사진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수원시청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대부분 분실했어요. 요즘 화성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전’이 열리는 것을 보면서 ‘화성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유물이 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참 아쉽네요.(웃음)”
이후 재난안전과에 근무하게 된 그는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아내와 함께 여러 곳을 둘러보면서 수원 화성과 서울 성곽을 비교해 보는 등 문화와 역사에 대한 많은 고찰을 하게 됐고, 이러한 것들이 시민들에게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2014년 박물관 운영방향에 그대로 담겨져 있다.
그는 “내년 ‘시민과 더 가까이하는 박물관’을 모토로, 이용자 중심의 다양한 관람 운영 기법 개발, 특성화된 전문관리시설 증설(재정적 투자 필요) 등을 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원화성박물관은 접근성이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만큼 시민들에게 어떻게 더 친하게 다가갈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어린이 역사생태체험 프로그램, 찾아가는 박물관 등 문화행사와 함께 화성성역 착공 220주년 기념사업, 어린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 등 수원화성을 사랑하는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시민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매년 2~3회 정도 열리는 박물관의 특색이자, 자랑거리인 특별전시다.
박물관에서는 개관전시 ‘정조 화성과 만나다’를 비롯해 정조의 친위부대를 이끈 ‘화성의 웅혼, 장용영’(2010년), ‘사도세자 서거 250주기 추모 특별기획전’(2011년), 한·중·일 삼국을 대표하는 대목장(목조 건축물의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체 과정을 책임지는 건축가)의 건축 세계를 비교해 보는 ‘한중일 대목장 기획전’(2012년) 등 2009년부터 올해까지 총 16회의 특별전이 진행됐다.
특히 지난달 28일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초대 화성유수이자 화성성역 총리대신이었던 번암 채제공 선생의 생애와 활동을 조명해 보는 ‘정조시대 명재상 번암 채제공 특별기획전’을 올해 마지막 기획전으로 마련했다.
내년에는 개관 5주년을 기념, 이번 기획전을 더 확장하는 차원에서 허목, 김후, 채제공 초상화(보물 1477호)와 남양홍씨홍여식 일가, 최벽 유물 등 100여점을 선보이는 기증유물특별전 및 학술대회(5~8월), 박물관의 국제적 위상 제고를 위해 일본 다케나카 도구박물관과 공동으로 ‘한·중·일 전통복조 건축 대목장의 세계’라는 주제로 첫 국제 교류전(7~9월 동경전시관, 11~12월 고베전시관)을 가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영·정조, 사도세자, 장용영 등 수원 화성과 관련된 꾸준한 유물 수집 및 관리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이덕재 수원화성박물관장은 “내년 수원화성박물관 내 팔달구청사가 들어서면 더 많은 시민들이 박물관을 찾아줄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이전에도 해 왔겠지만)앞으로도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의 지속적 개발, 화성과 관련된 유물 확보, 특별한 기획전시회 마련 등을 추진, 박물관이 지역의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모든 이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ㅣ김장선 기자 kjs76@kgnews.co.kr
사진ㅣ오승현 기자 osh@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