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하시던 어머님께서 자주 이용하시던 지하철에서 변을 당하셔서 무척이나 슬픕니다.”
16일 지하철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김모(84·여)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진 안양 한림대병원 장례식장에는 달랑 하나밖에 없는 조화를 두고 아들 부부와 유족 몇몇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키고 있었다.
경북 군위에서 무남4녀 둘째딸로 태어난 고인은 서울에서 경찰에 입문, 경감으로 정년퇴직 때까지 평생을 나라에 봉사해왔다.
지난 1985년 남편을 여의고 슬하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마저 1990년 직장 때문에 대구로 내려가면서 20년 넘게 줄곧 혼자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 퇴직 뒤에도 혼자 살아가며 주위에서 건강하다는 말을 듣던 김씨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유가족과 지인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고인의 여동생과 아들내외는 김씨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에 충격을 받은 듯 여전히 넋을 잃은 상태였고, 자식들은 계속 눈물로 흐느끼고 있는 상태다.
아들 장모(65)씨는 “홀로 사시면서도 서울에 계시는 이모분들을 만나러 자주 지하철을 이용하셨다”면서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어머님께 좀 더 자주 연락을 드리지 못한 점이 마음속에 한이 된다”고 통곡했다.
서울 사당에 사는 여동생의 집 등을 매일 들를 정도로 건강했던 김씨는 철도노조 파업에 따른 코레일측의 대체인력 투입의 희생양이 돼 버렸다.
고인의 여동생(82)은 “14일에도 집에 왔길래 평소 먹던 반찬에 점심식사를 차려줬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이야”라며 “다음 주에 놀러온다는 말만 남기고 이렇게 가니 억울해서 어쩌냐”고 오열했다.
코레일 측은 김씨 유족에게 최대한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이번 사고가 충분히 예방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