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 주소가 적힌 우편물은 배달시 일일이 주소를 검색하고 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점이 이만저만 아니네요”
새로운 도로명 주소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이틀째인 2일 도내 곳곳에서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말썽이다.
수원에서 15년 넘게 우편배달을 해왔던 박모(51)씨는 새주소가 시행되면서 배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박씨는 “배송 전 도로명주소만 따로 분류해서 일일이 검색해 지번주소로 바꿔 배달한다”면서 “도로명 주소를 적응하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은 걸릴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혼란은 박씨뿐만이 아니다. 택시와 세탁, 배달 등의 업종은 물론 1분 1초를 다투는 경찰과 소방대원들은 도로명주소와 지번 주소 모두를 인식할 수 있도록 시스템까지 마련해놨지만 내비게이션이 새주소를 인식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택시기사 김모(38)씨도 “예전에는 ‘○○동’이라고 하면 대충 위치를 짐작할 수 있었는데 도로명만 보고는 감을 잡기 어렵다”며 “내비게이션에도 아직 새 주소가 입력되지 않아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도로명주소·지번주소 모두 신고접수가 가능하면서 현재까진 큰 혼란은 없다”며 “다만 현장에서 출동하는 직원들이 도로명주소만 전달 받을 경우 내비게이션이 인식하지 못해 길을 헤매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고 했다.
수원에 근무중인 한 경찰관은 “관할 지역은 수시로 순찰했기 때문에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적응하고 있다”면서도 “잘 모르는 지역에 출동할 때는 도로명주소를 보고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라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거래에도 혼란이 우려된다. 매매·임대차 계약 시 해당 건물 주소는 기존 지번 주소로 표시하지만 계약자의 주소는 도로명주소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 유모(42·여)씨는 “옛주소와 새주소 모두 알아야 하기 때문에 많이 헷갈린다”며 “구청에서 나눠준 책자를 바탕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한동안은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김지호기자 kjh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