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만나면 주려던 선물 보따리를 이제야 건넬 수 있게 됐습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합의된 5일 상봉 대상자로 결정된 김명도(91) 할아버지는 지난 9월 추석을 앞두고 큰 슬픔을 겪었다.
북한에 남아있던 동생 흥도(74)씨를 만날 생각에 기쁨에 겨웠지만 상봉 직전 결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만남이 결정되면서 김 할아버지는 오랜만에 웃을 수 있게 됐다.
김 할아버지는 “이북에 남겨둔 가족 생각에 가슴에는 항상 응어리로 남았다”면서 “이번 만남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가족 소식과 부모님의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또 “지난번 만남을 위해 준비했던 의류와 약품 등 선물 보따리를 이제야 줄 수 있을 것 같아 감격스럽다”고 덧붙였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 1946년 해방직후 고향인 황해도 은율군에서 대학 진학을 위해 홀로 서울에 내려왔다가 가족과 생이별했다.
그 후 중국을 통해 들려온 소식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실은 확인했지만, 어머니와 동생 흥도씨를 포함한 6남매 등 친인척들의 소식은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왔다.
김 할아버지는 “내가 남한으로 내려온 탓에 가족이 겪었을 고통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북한 체제에 갖은 고생을 한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을지 상상조차 가질 않는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상봉장소인 금강산으로 갈 수 있는 대상자는 단 1명뿐이어서 김 할아버지 홀로 갈 수밖에 없다.
부인인 박현수(86) 할머니는 “70여년간 시댁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면서 “하지만 남편 홀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말에 다소 서러우면서도 남편이 웃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한편 이산가족 상봉은 오는 20일부터 5박6일간의 일정으로 북한 금강산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김지호기자 kjh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