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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인종학, 온전한 의미의 ‘인간’은 없다

탈식민주의 문학 대표적 고전
기존 번역서 오류 고쳐 재출간
인종 차별 없는 세계 만드려면
유럽이 만든 근대 질서 바꿔야

 

 

탈식민주의의 대표적인 고전이라 불리는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이 재출간됐다.

기존 번역서의 오류는 바로잡고 유럽의 근대가 남긴 폭력적 질서를 넘어서는 비서구인의 과도기적 사유가 압축된 ‘부록’로 새로 달았다.

혹자는 21세기를 소위 ‘혁명이 종말을 맞은 시대’라 호명한다.

그러나 이 책은 왜 오늘날에도 혁명이 ‘미완의 기획’인지를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의 이중성을 숙명처럼 살아내야 하는 비서구인의 관점에서 날카롭게 추찰한다.

파농은 서구의 인종학이 백인과 흑인, 그리고 유색인을 각자의 봉인 속에 갇히게 해 온전한 의미의 ‘인간’을 만드는데 실패했다고 역설한다.

서구가 진보, 과학, 계몽, 문명 등 속의 이름으로 부르던 근대의 이상적인 가치, 즉 ‘휴머니즘’이 실은 제대로 실현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유럽의 근대가 ‘발명’한 휴머니즘이 처참하게 몰락하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몸’과 ‘의식’의 이중적인 갱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파농은 백인과 흑인, 유색인 각자가 스스로 몸과 의식을 가두고 있는 이중적 올무를 벗어버리고 여하한 형태의 인종적 차별이 없고 보다 공평무사한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새로운 휴머니즘’을 창달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 아름다운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럽이 만든 근대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독일의 철학가이자 평론가인 발터 베냐민은 파농이 이 책에서 선보인 급진적인 사유를 역사의 특정 국면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사유’라고 규정한다.

폭풍우처럼 ‘짧고 굵게’ 나타났다 사라질 사유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비서구인들은 여전히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계륵처럼 안고 살고 있다.

여기에 파농은 부르주아 세력들이 이끄는 속물적 민족주의를 ‘민족의 대동단결을 저해하는 퇴행 과정’이라고 분명하게 명시함으로써 대중의 자발적 동원에 실패한 민족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대중의 자발적 동원에 실패한 민족주의는 그 모순을 은폐하기 위해 극다적 민족주의를 거쳐 국수주의로, 나아가 인종차별주의로 필연적으로 비약해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김동성기자 k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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