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초, 때이른 봄 날씨로 6살짜리 손녀의 손을 잡고 수원시에 위치한 수원화성을 찾은 양순임(60·여·서울 신내동)씨는 장안문에 이르러 깜짝놀랄 장면을 목격했다.
점심시간이 막 시작될 무렵 성곽을 따라 걷던 중 뜨거운 햇살이 가려진 장안문 내부로 들어가자 마자 양씨의 눈에 띈 모습은 장안문 내부 마루바닥 위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이었다.
양씨는 이들이 꺼내놓은 소주병에다 국물이 흥건한 음식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양씨는 “다 큰 어른들이 공공장소에서, 그것도 UN이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문화재 안에서 밥을 먹는 것도 모자라 대낮부터 소주를 마시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는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문화재를 아껴야 한다는 시민의식이 아직 부족한 상태라면 수원화성을 안전하게 보존해야 하는 관리청이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제재해야 할 것 같다”고 당시 소감을 전했다.
수원에 사는 송모씨 역시 거의 매일 수원화성을 산책하고 있지만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면서 수원화성을 자기집 안방처럼 쓰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하고 있다.
송씨는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어느 한 개인의 잘못된 생각 때문에 불에 타 전소된 일이 아직도 생생한데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재를 넘어 전세계인이 선정한 문화유산을 너무나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지적했다.
실제 수원화성은 지난 2006년 술에 취한 사람의 방화로 서장대가 완전히 불에 타 사라져 복원하기도 했으며, 방화로 보이는 수차례의 화재와 문화재 파손 등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13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각종 사고를 막기 위해 120개의 CCTV를 설치해 24시간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약 4억원의 인건비를 투입해 주간 2명, 야간 4명의 상시감시인력을 운용중에 있지만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눈살을 찌푸리는 행위는 물론, 문화재 훼손 우려가 있는 불법행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사람들의 방문이 많아지는 하절기에는 수원화성의 안전을 위해 상시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관광객 및 주민들의 안전은 물론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보존을 위해 더욱 치밀하게 화성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김지호기자 kjh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