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안산병원 장례식장
“제 몸은 건강한데 목숨을 잃은 친구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가득해요”
17일 오전 9시40분쯤, 전날 여객선 사고로 목숨을 잃은 단원고 학생 고(故) 권오천·정차웅·임경빈 군의 시신이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장례식장으로 도착했다.
세 학생의 차가워진 시신이 장례식장에 들어서자 이를 맞이하는 유가족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눈물을 쏟아냈다. 뒤이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같은학교 친구들까지 장례식장에 몰리면서 현장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앞서 구조된 정대진(단원고2)군은 “설마하는 마음으로 달려왔는데, 막상 눈 앞에 누워있는 친구들을 보게돼 슬픈 마음이 가득하다”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친구들이 많은데 모두 무사하게 돌아왔으면 한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후 세 학생의 분향소 설치와 관련해 유가족 측과 안산교육지원청 직원들의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단원고 선·후배, 친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나같이 굳은 표정으로 장례식장에 도착한 이들 중 일부는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한 채 고(故) 최혜정(25·여·교사)씨를 찾기도 하는 등 대책본부의 미흡한 대응으로 유가족들과 조문객들은 혼동을 빚기도 했다.
조난 과정에서 눈을 다쳐 입원 중인 김민경(단원고2)양은 최씨를 조문하기 위해 장례식을 찾았다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말에 주저앉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20분쯤 인근 제일장례식장으로 안치된 최씨는 관계당국의 미숙한 일처리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진도에서 옮겨진 시신이 최초 도착한 병원에 공간이 없어 재차 이송됐기 때문.
하지만 시신이 옮겨진 장례식장에서조차 교육청과 안산시의 늦장 업무처리로 2시간여가 지나서야 분향소가 차려져 유가족들의 불만은 더욱 컸다.
최씨 친척인 A씨는 “경황이 없는 유가족에게 모든 결정을 일임하고, 교육청과 시, 국가는 아무런 대책 없이 방관하고 있다”면서 “구시대적인 대응으로 유가족은 두번죽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이들의 분향소는 합동 분향소가 차려지기까지 임시로 운영될 예정이다.
/안산=김준호·김지호 kjh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