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숨진 학생 시신 다수가 DNA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송은커녕 장례조차 치를 수 없어 유족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
24일 피해자 가족대표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발견된 단원고 학생 A군은 이날 오후 4시 현재까지 안산으로 이송되지 못하고 팽목항 임시 보관소에 안치돼있다.
A군의 어머니 B씨는 자식임을 확신하고 안산 병원으로 이송해 장례를 치르려 했지만 정부 당국의 행정 절차가 이를 붙잡았다. 48시간이나 걸리는 DNA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자식을 잃어 슬픔이 가득한 B씨는 정부 대응에 분노하며 DNA 검사 결과가 불일치로 나오게 될 경우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확인서까지 쓰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시신을 인계받지 못해 팽목항에서 기다리는 실정이다.
또 지난 22일 시신으로 발견된 학생 D군은 부모의 요구로 안산 한 병원에 시신을 안치했지만 DNA 확인서류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례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시신 인도 뒤 DNA 검사 결과가 가족과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자 먼저 DNA 검사 결과를 확인된 뒤 시신을 유족에 인계하고 있다. 유족 B씨는 “이제야 발견된 자식을 시신으로 맞는 부모 가슴에 정부의 행정절차가 대못을 박고 있다”면서 “이틀 넘게 낯선 땅까지 내려와 기다리는 것도 슬픈 마당에 행정 편의주의로 일관하는 정부 탓에 가족들 가슴은 난도질당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한편 실종자 가족 40여명이 이날 오전 대책본부를 찾아 항의한 결과 앞으로는 신분증과 신체특징을 통해 가족 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DNA 채취만 한 뒤 인도하기로 했다.
/김지호기자 kjh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