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강요해서는 안 되지만, 추모는 아니어도 불법은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2주차 주말인 지난 25일과 26일 밤. 경기남부 최대 유흥거리라 불리는 일명 수원시 인계동 박스는 밤을 잊은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주말을 보내며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길거리 곳곳 흥겨운 음악 소리와 왁자지껄한 농담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한껏 멋을 낸 젊은 남녀가 거리를 가득 메워 이미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였고, 호객꾼들의 불법 행위 역시 여전했다.
이들 젊은 남녀 사이사이에는 노래방, 성매매업소로 유인하는 듯한 호객행위와 전단 배포 역시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등 도내 최대 유흥거리답게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를 무색케 했다.
남성에게 접근해 싼값에 해주겠다며 노래방과 성매매업소 등 불법 유흥업소로 유인하기 바쁜 호객꾼과 시끄러운 음악소리를 켜 놓은 차량에 탑승해 박스를 돌며 무차별적으로 전단지를 살포하는 여성들도 수시로 눈에 띄었다.
음식점이 밀집해 있는 인근 나혜석 거리도 마찬가지. 이미 술집과 음식점 대부분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자리를 잡아 음주를 즐기고 있었고,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끝없이 이어졌다.
인계동 박스 내 한 업주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거리가 온통 침울한 분위기 속에 업주들 자체적으로 과도한 홍보를 자제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주부터 손님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애도 분위기 속에서도 시민들이 몰리면서 호황을 누리자 불법행위 역시 기승을 부리게 된 것.
26일 비슷한 시각, 인계동 박스에서 불과 20여㎞ 떨어진 안산시 올림픽기념관 내 세월호 희생자 임시분향소에는 오후 10시부터 1시간 사이 3천800여명 이상의 추모객이 다녀가는가 하면 새벽까지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시민 박모(48)씨는 “희생자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추모를 강요하지는 않는다”면서 “온 국민이 실낱같은 기적에 희망을 걸고 마음 졸이고 있는데 장사는 어쩔 수 없어도 도를 넘은 불법은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지호기자 kjh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