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린내 때문에 식사는커녕 숨조차 쉬지 못할 지경입니다.”
28일 정오쯤, 수원시 동수원사거리 인근 경수대로 565번길과 중부대로 128번길이 만나는 수원의 명소라는 ‘가보정’ 인근 일명 한국전력 뒷길 사거리.
평소 이맘때 쯤이면 점심을 먹으러 온 직장인들과 인근 아파트 주민 등이 몰려 한바탕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할 때 일대 20여곳의 식당가는 이날 유독 한가로워 보였다.
업주들은 오늘만의 일이 아니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주 내내 여름에 가까웠던 화창한 날씨에도 평소 때보다 찾는 이가 줄어들었다며 토로했다.
심지어 이날은 시민들의 왕래가 적어진 마당에 비까지 쏟아져 식당이 밀집한 골목 사거리는 온통 침울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A식당 사장 한모(44)씨는 “점심시간이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전 등 인근 사무실에서 밀려드는 손님들로 정신없이 바뻐야 정상”이라며 “하지만 지난주부터 웬일인지 찾는 손님들이 하나둘 줄어 매출이 바닥을 치는 것도 모자라 하루종일 악취로 고통받아 문도 못 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길을 지나던 주민 박모(34·여)씨는 “언젠가부터 정화조를 능가하는 심각한 악취가 밤낮으로 풍겨 생활이 곤란할 지경”이라며 “아무리 자기들 편한 게 우선이라지만 동네 주민들은 웬 고생이냐”며 혀를 찼다.
업주 한씨는 물론 주민들의 한숨의 원인은 바로 인근의 한 공사장.
두 길이 만나는 지점에서 막무가내 공사로 비난을 받고 있는 한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공사장이 길가에 버젓이 설치한 간이화장실이 그 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공사장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나 소음 등을 차단하기 위한 기본 시설조차 민원이 계속되자 뒤늦게 설치한 것도 모자라 간이화장실을 공사장 외부에 버젓이 설치, 시민들만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 다른 업주 이모(51)씨는 “공사 초기 아무런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소음과 먼지로 영업을 방해하더니, 이제는 구린내로 괴롭힌다”면서 “이렇게 막무가내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데 시청이나 구청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시공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인부들이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려워 설치한 것”이라며 “문제가 된다면 철거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지호기자 kjh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