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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아버지 “아이들이나 먼저 찾고 책임소재 따지세요”

“탁상공론 회의 그만
마녀사냥도 그만
사과는 그 다음 일”
인터넷에 글 남겨
희생자 父가 쓴 편지

“마이크 앞에서 사의를 표하느니, 사과하느니, 누구를 구속하는니 떠들어대지 말고 아직 시신도 못 찾은 사고현장의 부모 맘이나 헤아려 보세요! 아이들 찾아서 부모 앞에 데려다 놓은 다음에 책임소재를 가리라고요.”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2학년4반 김모군 아버지는 사고 이후 투사가 돼 버렸다.

그는 사고 첫날 아내와 함께 사고현장인 진도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당시만 해도 아들을 만나 다정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만을 상상하며 떨리는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그의 상상은 악몽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버스 안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정모군의 사망소식을 접하게 된 것.

진도에 도착한 그는 수습된 시신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팽목항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오가며 아들을 찾았다.

그러는 동안 구조 인원과 탑승객 수가 바뀌는 등 정부의 구조 활동이 체계적이지 않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사고 일주일만인 22일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로 누워있는 아들을 발견했다.

김씨는 아들의 장례를 치른 뒤 26일 아내와 함께 다시 진도로 내려갔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그만 살고 싶어져 실종학생 가족들을 위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을 왕복하며 실종학생 가족들의 손을 잡고 장례 절차와 합동분향소 등 안산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그를 실종학생 가족들은 아무 말 없이 꼭 안았다.

그는 최근 한 장의 편지를 인터넷에 올렸다.

“사고 전날 통화에서 ‘선생님 말 잘 듣고 좋은 추억 만들라’고 한 내 입을 찢고 싶은 미칠 것 같은 부모 맘을 좀 보라고요. 내 새끼 찾아서 얼굴 한 번 만져보고 안아본 것조차 실종자 가족한테 죄송한데 당신들은 아무렇지도 않습니까? 탁상공론 회의 그만하시고 마녀사냥도 그만하고 아이들이나 빨리 찾으라고요. 사과는 그 다음 일입니다”

그는 “아들을 먼저 보내고 그분들 앞에 처음 섰을 때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며 “이 나라는 왜 같은 피해자를 죄인으로 만드는지 누구라도 붙잡고 따지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회사에서 내준 특별휴가를 이용해 다른 4반 학생 유족들과 함께 30일쯤 다시 진도로 내려가 실종학생 가족들과 아직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을 기다리기로 했다./안산=김준호기자 j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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