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 영정이 모셔진 합동분향소 제단의 새하얀 국화 더미 사이로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가 활짝 피었다.
노란 안개꽃과 함께 바구니에 담긴 카네이션은 제단 왼쪽 일반인 탑승객 영정 아래 놓여 외로이 조문객을 맞았다.
행여 꽃 같은 아이를 잃은 부모의 가슴을 후벼 팔까 이른 아침 자식이 건넨 카네이션 대신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수많은 어버이가 그 앞을 지나며 눈물을 훔쳤다.
리본과 카네이션을 함께 단 한 할머니는 제단 위 사진 속에서 환히 웃는 손녀의 이름을 하염없이 부르다가 가족의 부축을 받고 분향소를 빠져나왔다.
분향소 입구에서 하얀 마스크로 입을 가린 채 ‘내 아이 보고 싶어 피눈물납니다’, ‘제발 마지막 한 명까지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든 자식 잃은 어버이들은 그 모습을 보며 말없이 눈을 감았다.
또 한 명의 희생자를 안치하기 위해 흰 천으로 가린 영정을 앞세운 유족들이 도착할 때마다 마스크 위로 감긴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렀다.
분향소 양옆으로 설치된 테이블에서는 희생자·실종자 조기 수습과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해 특검과 청문회를 열자는 내용의 서명운동이 나흘째 이어졌다.
추모메시지를 담은 메모지 수천 장이 걸린 10여m 길이의 게시판은 빈 공간을 찾아볼 수 없어 게시판 두 개가 새로 마련됐다.
세월호 침몰 23일째이자 어버이날인 8일 안산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에 마련된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에는 축구선수 박지성을 비롯한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러나 쌀쌀한 날씨에 비까지 내린데다 어버이날의 의미까지 더해져 쓸쓸함이 느껴졌다.
이날 오후 4시까지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26만 명을 넘어섰고, 임시분향소를 합하면 모두 45만여 명이 다녀갔다.
분향소에는 현재 학생 209명과 교사 5명, 일반 탑승객 27명 등 241명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안산=김준호·김지호기자 kjh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