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본인 스스로도 예상치 못했을 역사관 논쟁에 휩싸인 끝에 국정 2인자의 예비무대에서 내려왔다.
문 후보자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이름이 거론된 적 없는 상태에서 정국의 핵심인물로 부상했다.
하지만 문 후보자는 지명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1일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첫 출근길에 “책임총리 그런 것은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발언하며 자격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그날 밤 KBS 등의 보도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자신이 장로로 있는 서울 온누리교회 과거 강연에서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 “조선민족의 상징은 게으른 것” 등의 취지로 발언한 것이 공개되면서 ‘친일·식민 사관’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문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과거 강연 발언이나 칼럼에서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일본으로부터 사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발언한 부분 등이 계속 터져 나왔다. 하지만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총리 후보의 임명동의안 재가는 귀국 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문 후보자는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에 몰렸다.그러나 문 후보자는 자진사퇴를 선택하지 않았다.
“대통령께서 귀국할 때까지 제 일을 하면서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취했다.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19일 저녁 퇴근길에는 집무실이 있는 창성동별관 로비에서 20여분간 자신이 ‘친일’이 아니라는 ‘격정 토로’를 하기도 했다.
결국 문 후보자는 23일에도 자신의 임명동의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재가가 나지 않자 사퇴의 뜻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보훈처가 문 후보자의 조부와 독립유공자 문남규 선생이 동일인으로 추정된다는 발표를 함에 따라 문 후보자가 어느 정도 명예회복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 후보자는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 게 박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자진사퇴를 선택했다.
첫 기자출신 총리 후보로 ‘깜짝 발탁’된 지 꼭 14일만이었다.
/임춘원기자 l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