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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술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술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안도현

젖은 길과 마른 지붕,

우는 말과 울지 않는 바퀴,

쓰러지는 나무와 일어서는 눈보라,

취하는 술과 취하지 않는 비탈,

납작한 빵과 두꺼운 가난,

아픈 동생과 아프지 않은 약,

가까운 하느님과 먼 총소리,

있는 군인과 없는 국경, 없는 아버지



산 너머

아버지를 넘어, 가는 소년

- 안도현 시집 <북항/문학동네 2012>

 



 

쓸쓸하다. 동생은 아픈데 약은 아무 표정이 없다. 병원에 가 본 사람은 알지 그 무표정한 운명들이 제 차례를 기다리며 줄 서있는 모습을, 아프다. 세계 도처에서 총소리는 떠들썩한데 책임지는 놈은 없고 무기는 다 어디서 조달되는지 말은 가자고 우는데 바퀴는 울지 않는 참담한 괴리, 소년은 넘어서 가지만 아버지가 풀지 못한 수수께끼만 무성한 언덕이 잇닿아 있을 뿐 가도 가도 끝없는 젖은 길과 마른 지붕들, 슬프다 같이 걷고 있는 우리네 자화상이다. /조길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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