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부자증세에 관한 논쟁을 엮은 책. 책의 제목 ‘부자가 천국에 가는 법’은 부자증세의 은유적인 표현이다.
이 책은 소득과 부의 불평등에 관한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논쟁을 담고 있으며, 그 논제는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야 하는가’다.
이 논쟁에 찬성하는 쪽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인 폴 크루그먼과 전 그리스 총리이자 사회주의 인터내셔널 의장인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이며, 반대하는 쪽은 전 미국 하원의장이자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경쟁에 두 번 출마한 바 있는 뉴트 깅리치와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지내고 공급 중시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서 래퍼이다.
논쟁은 캐나다 최고의 공공정책 토론인 멍크 디베이트의 국제적인 포럼으로 진행됐으며, 공공정책 연구와 토론을 지원하는 오리아 재단이 주최했다.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야 하는가’라는 논제로 벌인 이 논쟁은 3천여명의 방청객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고 토론 직전과 직후에 치른 두 차례의 방청객 찬반 투표 결과가 주목되는데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작지 않다.
찬성하는 쪽의 논리는 이렇다. 세계는 지금 금융위기와 결합된 경제 위기로, 증가하는 공공 부채와 만성 적자를 해결할 경제성장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고, 유럽과 북미의 많은 사람들이 당연시한 복지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빈곤층과 중산층의 소득이 정체된 반면 차상위의 부유층은 거약의 자산 소득을 누리고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통해 적절한 부의 재분배를 실시하는 것은 현명한 공공 정책일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공정성의 문제다.
부자증세를 반대하는 이들은 증세란 의도하지 않은 역효과를 초래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세율을 올려도 세수는 단순 계산이 제시하는 것보다 더 완만하게 증가한다.
이것은 위험을 감수하고 자본을 투자해 생산 또는 고용을 늘리려는 의욕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증세하면 부제는 절세를 도모하거나 도망가고, 투자와 자본지출을 줄여 경제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그들은 성공하면 벗겨나가겠다는 것이냐고 대놓고 물으며 증세 반대의 도덕적 측면을 환기시킨다.
이 책은 이 밖에도 미국 소득세 최고 세율의 변천과 세율이 경제에 미친 영향, 중국의 급성장과 불평등의 상관관계, 조세 피난처와 역외회사의 세금 회피 문제, 누진 과세의 의미, 직업훈련과 재교육의 중요성, 중산층 복원 목표 설정 등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언급하고 있어 작은 책속에 부자증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문제제기를 한다./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