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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잘 마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린시절 아동학대 트라우마 출발
7개의 인격 똑같은 무게로 소중해

 

“무사히 잘 마치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여러분의 응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지성(39)은 담담했다.

지난 두 달 MBC TV ‘킬미 힐미’에서 무려 7개의 인격을 가진 다중인격 소유자 차도현을 연기하면서 이보다 더한 칭찬을 받을 수 없을 것처럼 온갖 찬사를 들었지만 배우는 차분했다.

드라마가 끝난 지 5일 만인 지난 17일 밤 인터뷰에 나선 그는 “물론 좋다. 좋은데 막 기쁘거나 하는 감정은 없다. 지금은 그렇다”고 했다.

아직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해냈는지 실감이 잘 나지 않는 것 같았다.

1인2역도 아니고 1인7역을 해냈으니 한 작품을 끝냈다고 하지만 그가 쏟아부은 에너지는 자신이 미처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났을 터.

“4일 방송분을 찍으면서 감정을 너무 쏟아내는 바람에 성대 결절이 온 거예요. 다행히 출혈은 없어서 긴급처방으로 주사를 맞고 하루 동안 꼬박 촬영을 쉬었죠. 그때 정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울고 싶더라고요. 만일 출혈이 났다면 정말 사고가 났을 수도 있어요. 5일 방송분을 4일 하루 22시간 만에 다 찍어야 했는데 해냈어요.”

체력 소비가 심했겠지만 그는 그 위기를 빼고는 체력적으로 큰 무리는 없었다고 했다. 정신을 바짝 차린 자 특유의 ‘각성’ 작용일 듯 하다.

동료 배우이자 부인인 이보영이 오는 6월 말 출산을 앞둔 그는 “이제 아빠가 되는데 빨리 차도현을 떠나보내고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돼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아빠 될 준비를 해야 해서 긴 여운을 지니고 있을 수 없다”라며 미소 지었다.

‘킬미 힐미’에서 지성은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차도현, 도발적이고 폭력적인 신세기, 풍류를 아는 호남 사나이 페리박,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고교생 요섭, 천방지축 여고생 요나, 7세 소녀 나나, 그리고 나나(혹은 차도현)의 아버지 미스터 엑스를 오가며 연기 인생 16년의 절정을 맞은 듯했다. 캐릭터 전환의 변검술은 천의무봉이었고, 7개 인격의 널을 뛰는 향연은 화려한 쇼 그 자체였다.

특히 이러한 캐릭터 변신이 분장술에 기댄, 단순한 보여주기식에 머물지 않고 하나하나 세밀화처럼 섬세하게 그려진 것이 놀라웠다.

지성은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연기를 해낸 것 같다. 연기가 쉽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분장을 매번 달리 해야 하는 게 힘들었다면 힘들었다”라며 “드라마가 잘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무사히 계획대로 잘 끝낸 건 맞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깨물면 어느 하나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듯이, 7개의 인격 모두 저한테 똑같은 무게로 소중했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인격을 고르라고 하면 전 못 골라요. 요나 같은 경우는 언제 이런 여고생 연기를 해보겠나 싶은 마음으로 했죠. 원래는 교복을 입는 설정이 아니었는데 제가 무조건 교복을 입겠다고 했어요. 그것도 핑크색으로.(웃음) 제 의견이 많이 반영됐고, 연기하면서 애드리브도 많았어요. 7개의 인격을 하나하나 잘 그리고 싶어 많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지성은 이번 작품을 통해 제대로 한방을 보여줬고, 그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지수는 무한대로 진입했다. 무한대의 신뢰, 모든 배우의 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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