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에서 거주 중인 한 학부모와 전화 컨설팅을 진행할 기회가 있었다. 귀국 후 모자사고 입학을 희망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였다.
“학생이 커서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나요?” 필자가 제일 먼저 한 질문이었다.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작가, 학자, 정치가 등등 아직 뚜렷이 정한 것은 없다고 합니다.” 나중에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현 단계에서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정할 필요가 있겠다는 조언을 시작으로 세부적인 컨설팅을 진행했다.
10대 초반의 학생들은 이처럼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정한 학생이라고 할지라도 상당 부분 간접 정보(TV 속에 등장 하는 직업이나 부모님이 선망하는 직업)에 영향을 받은 경우가 흔하다. 나이가 어리다고 할지라도 진로를 정해두는 편이 낫다. (적어도 진학과 관련해서는….) 왜냐하면 ‘진로에 대한 애매모호함’이야말로 ‘학업적 역량에 관한 불확실성’과 더불어 자기소개서에서 가장 피해야 할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야 자신의 스토리가 배어 나오게 되어 있다. ‘왜’ 영어도 모자라 스페인어 공부에 매진했는지, ‘왜’ 남들이 기피하는 ‘물리II’를 선택해 수강했는지, ‘왜’ 자신이 한 활동과 희망 직업이 연결되는지에 이르기까지. 학업적 역량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그것에 매진하는 지원자라는 인상을 자소서에 담아내는 것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다. 그리고 자소서를 수없이 고치면서 뇌에 정리가 된다. 나는 진짜 어떤 사람인가?
정시를 축소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맞게 ‘정량평가’에서 ‘정성평가’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 최근 입시의 흐름이다. 이러한 흐름에 남들보다 한 걸음 발을 더 내디딘 대학이 있다. 바로 2017학년도 대입에서부터 정시 전면 폐지, 수시 100% 선발 체제 전환을 추진 중이라는 서강대다.
임경수 서강대 입학처장의 말을 들어보자.
“1등급인 학생과 2등급인 학생이 있으면 여러각도로 판단해 2등급인 학생의 잠재성이 더 뛰어나면 2등급 학생을 선발한다. 잠재성이라는 것은 정성적으로 평가한다. 고교 내신 등급이라는 것은 선택하는 수강생이 몇 명인지, 문제가 쉬운지 등등 내신 전략을 따라가면 좋은 등급을 받기도 하지만 소수가 선택하거나 난해한 것은 선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물리Ⅱ가 대표적이다. 같은 숫자로 단순 비교하면 물
리Ⅱ를 수강한 학생이 불리하지만 그럼에도 호기심을 갖고 선택한다는 것은 무언가 잠재돼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잠재력 없는 내신 1등급보다는 잠재력 있는 내신 2등급, 3등급이 낫다는 것이다.
이렇게 학생의 ‘잠재력’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평가 방침에 두 가지 취할 점이 있다. 첫째, 일반적으로 내신 성적이 불리한 과학고·자사고·외고 학생들은 취약 과목 수강자 수, 교과 심화도 등을 통해 불리함을 만회할 수 있다.
둘째, 하기 싫은 일에 잠재력을 보이는 인간은 없다. 따라서 자신의 진로와 관련되어 꼭 필요한 것이기에 뚜렷한 의도를 가지고 열심히 매진하였다는 점을 어필하는 학생이 높은 서류점수를 받을 수 있다.
20~30년 전 산업화시대에는 원자력 공학과를 나와서 과 특성과 아무 상관도 없는 해외영업직으로 취직할 수 있었다.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서강대의 정시 폐지 방침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일 것이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그냥 살아서 나아지는 인생은 없다.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생각해 보고 그것을 열심히 추구하고 볼 일이다.
글 서범석
특목고·자사고입학
에이전트전
용인외대부고입학담당관
죽전 입시컨설팅 센터 Tel. 031-263-3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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