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孟子)에 ‘항산(恒産)이 없다면 항심(恒心)도 없다’는 말이 나온다. ‘항산’은 일정한 물질적 수입을 의미한다. ‘항심’은 정신적 동요가 없는 평상심을 가리킨다. ‘3일 굶으면 군자도 담을 넘는다’고 했던가. 먹고 살 물질적 토대 없이 사람 구실을 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힘든 것이다. 인생을 먼저 살아본 학부형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이러한 ‘항산’의 토대를 갖춘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바란다. 부모의 의견이 답답하기만 하던 자녀들도 대학을 졸업할 즈음이 되면 생각이 바뀐다. 요즘 대학가 분위기는 어떨까?
대학가에는 현재 ‘취업을 하기 위해 9대 스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취업용 9대 스펙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봉사 활동, 인턴 활동, 수상 경력, 각종 대외 활동. 대학생들이 스펙에 목을 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취업 시장에 두텁게 쳐있는 ‘진입 장벽(entry barrier)’을 돌파하기 위해서다. 자기소개서에 적으면 0점 처리 되는 기재배제사항 같은 제한도 없으니 무한 경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로 흘러온 것이다.
취업에 필요하다는 스펙 구성 요소를 뜯어보다가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중학교 학생들과 학부형들이 특목고·자사고에 합격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과 별 다를 게 없어 보이는 것이다. 당연히 스펙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런 스펙들을 적을 경우 감점이라는 페널티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감점을 감수하면서까지 적는 이들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고입 자기주도학습전형 자기소개서에 이런 스펙들을 기재했을 경우 0점 처리하기로 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현재 입시는 이런 것들로 결정이 나지 않는다. 전공 적합적 활동(=진로 활동)·학업적 역량·인문학적 소양을 드러낼 수 있는 차별화된 스토리로 결정이 난다 .
고입뿐일까? 대입, 나아가 기업 입사까지도 이와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신규 채용 시 최소한의 판단 자료로 전공과 학점 등을 참고할 뿐 불필요한 스펙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사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스펙 파괴’ 채용이다. 공기업은 어떨까? 정부가 개발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활용해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이란 취업을 위해 단순한 스펙 쌓기 경쟁만 하는 세태를 개선하겠다며 정부가 개발한 표준화 시스템을 말한다. 이 시스템 하에서는 직무에 필요한 개인의 능력을 점수화해 해당 직무에 어느 정도 적합한 지 알려준다. 9대 스펙 대신 직무에 필요한 역량만을 평가해 채용하라는 주문인 것이다. 이미 33개 공기업이 ‘국가직무능력표준’을 활용해 상반기 인재 선발을 마쳤다. 2017년까지 모든 공공기관(302개)에 이를 도입시키고 차차 사기업들도 활용하게끔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국가직무능력표준’과 관련해 한 공기업 인사 관계자가 남긴 다음과 같은 말이 인상 깊다. “국가직무능력표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무 역량’이다. 직무 중심 인턴 활동이나 아르바이트, 프로젝트 경험들을 지원서에 담아내면 좋다.” 이를 고입 자기주도학습전형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전공 적합적 활동(=진로 활동)·학업적 역량·인문학적 소양 중심 동아리 활동이나 프로젝트 경험들을 자기소개서에 담아내면 좋다.”
학생부의 학업적 역량을 나타낼 포트폴리오 1:1 무료 상담 신동엽 대표·서범석 죽전 입시컨설팅센터 (경기교육신문사 교육문화센터 내) 입학 에이전트
글 서범석
특목고·자사고 입학 에이전트
전 용인외대부고입학담당관
경기교육신문 webmaster@edu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