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8 (금)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데이트는 자본주의 교환경제의 산물이다

사랑은 감정의 문제지만, 데이트는 돈의 문제
데이트는 서로를 사고파는 ‘상호적 소비행위’
사랑은 감정·교감…사랑의 현실은 관습·교환

 

베스 베일리 미 템플대 교수가 미국의 전통적인 연애제도에서 전 세계의 보편적인 연애제도가 된 데이트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추적한 책.

어떤 사회적·문화적·경제적 맥락에서 데이트란 제도가 생겨났고, 이로써 기존의 연애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러한 데이트의 형성과 변화에 연루된 사회적 이해와 통념을 분석해 사적인 연애가 어떻게 공적인 관습이 됐는지를 살핀다.

데이트의 시작은 초라했다. 만날 데가 마땅치 않아 상업적 공공장소에 출입한 도시 하층민의 여흥문화에서 데이트가 탄생했다.

데이트의 탄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밖으로 ‘나가는’ 행위다. 연애를 하려면 밖으로 나가야 했고, 밖으로 나가자니 돈이 필요했다. 이는 남녀에게 똑같이 작용했지만, 특히 여성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유감스럽게도 데이트의 탄생에는 매매춘이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성 구매자와 판매자의 만남이 ‘데이트’의 어원이라는 것. 돈을 매개로 한 이성교제, 이것이 데이트다.

물론 이 과정에서 ‘더치페이(더치 데이트)’도 있었지만, 남자들은 돈으로 권력을 살 기회를 포기하지 않았다. 2013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남성의 84%가 주로 데이트 비용을 내고, 76%의 남성이 여성이 돈을 내겠다고 했을 때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데이트는 이 때문에 자본주의 교환경제의 산물이다. 사랑은 감정의 문제지만, 데이트는 돈의 문제다.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데이트가 값비싼 옷을 차려입고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극장에 가는 행위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책은 데이트는 서로를 사고파는 상호적 소비행위이며, 상품경제의 법칙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적 연애제도라고 말한다.

저자는 또 데이트 성폭력과 같은 성 문제, 연애 지침서·연애 상담 칼럼·데이트 조언서처럼 연애를 뒷받침하는 거대 문화산업, 연애와 데이트 담론의 형성과 파급, 통제에 관여하는 사회과학의 역할 등 우리가 미처 몰랐던 혹은 알지만 외면하고 싶은 다채로운 데이트 변천사를 간결하고 흥미로운 문체로 펼쳐낸다.

백준걸 이화여대 영어영문과 교수는 옮긴이 서문에서 “‘데이트의 탄생’은 사랑하는 것이 그렇게 아름답지도 자유롭지도 않음을 보여준다. 사랑은 감정이고 교감이지만, 사랑의 현실은 관습이고 교환”이라며 “자유연애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이 책은 그 답을 찾아가는 좋은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김장선기자 kjs76@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