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기획시리즈 ‘연극선집’의 두 번째 작품인 ‘먼 데서 오는 여자’가 16~17일 공연된다.
인천문예회관 소공연장에서 선보이는 2014년 극단 코끼리만보의 신작 ‘먼 데서 오는 여자’는 ‘하얀앵두’와 ‘벌’에 이어 배삼식 작가와 김동현 연출콤비의 세 번째 작품이다.
지난해 가을 초연 당시부터 연일 매진을 기록한 이 작품은 관객과 더불어 평단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으며, 이연규, 이대연 두 명품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작가 배삼식은 제8회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했으며, 배우 이연규는 제51회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기억을 상실한 여자와 그 남편의 이야기로 이뤄진 ‘먼 데서 오는 여자’는 ‘여자가 왜 기억을 잃게 됐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향해 움직여 나간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기억을 넘어 집합기억인 역사를 소환하며, 한국현대사의 근대화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전쟁 직후 극심한 궁핍의 기억, 학대를 받아 심성이 비뚤어진 아이, 식모살이와 청계천 미싱 시다로 생계를 유지했던 소녀들, 월남전 파병 등 흘러간 역사가 이들의 삶과 중첩된다.
때문에 노부부가 살아온 수많은 기억의 파편들은 우리네들이 함께 겪어온 이야기와 우리의 기억도 함께 같이 스며들어 있다.
기억과 이야기의 형식을 통해 한참을 풀어나가던 극은 결국 삶의 붕괴를 가져오는 내외부적 사건을 비추며, 우리 사회가 지나온 압축 성장의 어두운 이면을 들춘다.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며 폭넓은 심리 연기를 보여준 이연규, 이대연 두 배우의 연기앙상블은 ‘먼 데서 오는 여자’의 감동을 더한다.
실타래처럼 얽힌 기억 속에 갇혀 있는 부인을 돌보는 남자 역을 맡은 이대연은 절제된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폭넓은 감정의 변화를 겪는 여자 역의 이연규의 연기는 진정성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소박한 무대와 조명, 음악, 그리고 삶의 아름다움과 고통의 이중주를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절제의 미학으로 표현해낸 김동현의 연출력 또한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이번 공연은 ‘효(孝) 이벤트’를 기획,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자녀 1인에게 무료 관람의 기회를 준다. 16일(금) 오후 8시, 17일(토) 오후 3시. 전석 2만원.(문의: 032-420-2731)/인천=김상섭기자 k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