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강남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한 주민의 계속된 폭언과 욕설, 모욕적 행동을 견디다 못해 투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일부 아파트 주민들의 ‘갑질행태’가 논란이 됐으나 최근 경기도내 일부 아파트에서는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도내 일부 아파트 주민들과 경비업체 등에 따르면 수원 A아파트 주민 B씨는 최근 차량 고장으로 출근에 애를 먹다가 정비업체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경비원에게 정비업체 직원이 주 출입구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경비원 C씨는 ‘주민들이 외부 사람은 뒷문을 이용하도록 정해 그럴 수 없다’며 거부했고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결국 정비업체 직원이 뒷문을 통해 들어오는 등의 일을 겪으면서 B씨는 회사에 1시간 이상 지각을 하는 낭패를 봤다.
의정부의 D아파트 주민 E(여)씨는 얼마전 경비원 F씨에게 택배를 부탁한 뒤 외출했다가 귀가 후 택배가 분실된 사실을 F씨에게 따졌다가 말다툼을 벌였고, 이틀 뒤 F씨가 ‘E씨 때문에 힘들다’며 그만둔 뒤 인근 아파트로 옮기면서 졸지에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손가락질까지 당하고 있는 신세다.
대다수 아파트 경비원들이 저임금과 고강도의 정신 및 육체적 노동에 힘들어 하며 사회적 약자로 취급되지만 일부 아파트에서는 이처럼 경비원들의 ‘갑질’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B씨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비원들이 도가 넘게 갑질을 하는 경우도 많아 아파트 게시판에 자주 올라오고 있다”며 “금전적, 시간적 문제로 새로 경비원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한 경비업체 관계자는 “최근 젊은 사람들은 오라는 곳이 많고 취업루트도 다양해 종종 주민들에게 막 대하는 경우가 있다는 민원을 받은 적이 있다”며 “일부 아파트에서는 오히려 경비원들이 ‘갑’인 경우가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양규원기자 y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