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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육,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고민하라”

서구와 비서구, 동양과 서양 프레임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해
왜 세계를 바라봐야 하는지 문제의식 없어 이리저리 휩쓸려
역사교육이 선택-배제의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고 방향 고민

 

한국 사회가 역사 교과서로 시끄럽다. 올바른 국가관과 국민 통합 등을 내세우며 하나의 교과서를 만들려는 정부의 시도가 역사학계와 시민사회의 반발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반발의 강력한 논리 중 하나는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이 있다는 생각 자체가 허상이라는 것이다. 반대편의 정치적 의도를 생각할 것도 없이 애초에 그런 시도는 가능하지 않다며 프레임 자체를 뒤집는다.

‘역사교육 새로 보기’는 역사교육이 선택과 배제의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고 그 방향을 고민하는 책이다.

1부에서는 역사교육의 큰 줄기를 성찰했다. 세계사, 접촉과 교류, 탈식민주의, 한국사와 세계사 통합 문제, 동아시아사로 주제를 나눴다.

저자는 세계사와 한국사 중 무엇을 얼마나 더 배워야 하는지의 문제는 오랫동안 국내외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부침을 거듭했다고 말한다. 또 여러 차례 교육과정이 개정됐어도 서구와 비서구, 동양과 서양이라는 프레임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왜 ‘우리’를 넘어 ‘세계’를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이 없었던 탓에 이리저리 휩쓸린 것이다. 그 결과, 역사 과목은 암기할 지식의 양만 변할 뿐 학생들이 역사와 문화의 전체적인 숲을 그리거나 미래를 위한 자신의 관점을 가지는 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 책은 역사교육의 여러 담론이 단지 ‘중요해졌기’ 때문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 한국의 현실에서 그것이 얼마만큼 의미를 가지는지 체계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정치사 편향을 극복하고 학생들의 역사관에 입체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 미시사다. 저자는 미시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2부에서 생활사, 여성사, 신문화사, 박물관 교육의 주제를 다뤄 미시사 교육을 되돌아보고 나아갈 방향을 고민한다.

여기서도 1부와 비슷한 문제의식이 관통한다. 학생들에게 미시사도 중요하다고 설득하기 전에 어째서 지금 미시사를 배워야 하며, 그 목적을 위해 어느 수준에서 가르쳐야 하는지 역사교육계가 먼저 고민하고 납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역사교육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자이면서도 중학교에서 역사 교사로 재직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책에는 학문과 현실의 여러 각도에서 오랫동안 역사교육을 고민한 흔적이 묻어 있다.

역사교육은 학생들에게 어떤 정체성과 세계관을 심어줄 것인지에 대한 ‘상상력’을 요구하며, 가르치는 사람의 역사의식과 그 위에 얹어진 정치적 의미가 큰 무게를 지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역사학과 다른 강도로 규범, 가치, 윤리의 문제의 압박을 받는’ 역사교육에 역사학의 최근의 연구들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덮고 나면 읽기 전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생각하기 전에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고 말을 건네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이 책의 진짜 의도일지도 모른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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