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주립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마이클 캐롤런이 펴낸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은 우리가 싼값에 음식을 소비할 수 있는 이유가 현행 식품 체계의 비정상성에 있음을 밝힌다. 값싼 음식의 가격표 뒤에 가려져 있는 개인과 집단의 희생을 되짚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인류의 더 나은 미래와 상생의 길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저가 식품 체계를 옹호하는 이들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싼값에 음식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즉 대량 생산과 효율성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세계 식량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경제 개발의 수단으로서 성공을 거둔 적이 없었을 뿐더러, 오히려 국제 분쟁, 기아, 비만, 환경과 문화 파괴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키웠고, 몇몇 사례는 그야말로 재앙의 수준이었다고 반박한다.
개발주의자들은 세계 소농들의 생산성 증대를 통해 이러한 지역 불균형의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 방안으로 녹색 혁명을 제안했다. 녹색 혁명은 품종 개량이나 유전자 조작과 같은 기술 개발과 전통적인 농업 방식에서 벗어난 산업화된 생산 방식을 통해 효율성의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효율성만을 강조한 정책은 산업화에 부적절한 농작물의 생산량 하락,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토양 오염과 수확량 감소, 연료 사용 증가로 인한 환경 파괴 등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이러한 부정적 영향이 미국과 같은 나라의 소규모 가족 농장들이 아닌 개발 도상국의 수백만 농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지적한다. 녹색 혁명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에서는 지난 20년간 빈곤층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해 3억 명에 이르렀고, 이는 아프리카 전체 인구의 40%를 넘는 수치다.
저자는 진정한 적정 가격 식품 체계는 규모, 범위, 생산 기법 등이 상이한 현실에서 다양한 형태의 식품 체계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직거래 장터, 지역 사회의 농업 지원, 커뮤니티 가든과 같은 새로운 농업 생산 구조의 확대와, 기형적 구조를 유지시키는 행정적 지원이 아닌 식량 불안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을 위한 보조금, 생산자 보조금 등 정책적 보호 또한 절실하다고 덧붙인다.
2050년에는 농업이 먹여 살릴 전 세계 인구가 90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인구 성장이 일어나는 곳은 가뜩이나 심각한 식량 불안에 시달리는 개도국들에 집중될 것이다. 세계 작물 생산량의 증가폭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러한 성장세는 개발 도상국에서 더욱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농업 체계가 무너지면 우리는 희망적인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 이것은 비단 농민들만의 몫이 아니다. 식품 체계의 붕괴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치명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재앙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일상에서 소비하는 식품의 실체를 인식하고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는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