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각자의 정치적 셈법에 매몰돼 선거구 재획정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4·13 총선이 5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여야는 지난 수차례 협상에서 헌재의 재획정 결정을 존중하는 동시에 농촌 지역구 대표성을 살리기 위해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골자로 하는 획정안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혀온 바 있다.
광역별 의석 수와 인구산정 기준일 등의 일부 쟁점 협상이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큰 줄기에서 보면 합의에 다다른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노동개혁 등 쟁점법안의 동시통과를 주장하는 여당과, ‘선 선거구 획정, 후 법안 논의’의 입장을 고수하는 야당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선거구 획정 논의는 수개월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역대 총선 사상 가장 늦게 선거구가 획정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9일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23일을 지나면 4·13 총선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여야는 일단 오는 23일 본회의를 선거구 획정의 데드라인으로 잡고 있으나, 현재까지의 협상 진행 상황을 볼 때 처리 전망은 밝지 않다.
이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9일 본회의 소집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 안에만 처리해도 선거 연기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선거법 처리가 23일을 넘기면 중앙선거관리위의 선거관리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선관위는 24일 재외선거인명부 작성을 시작해야 한다.
23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선거법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기존의 지역구대로 명부를 만들었다가 새 법이 공포되면 새 법에 따라 재작성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 선관위는 21일 “일반 선거인명부와 달리 재외선거인명부는 선거구가 반드시 표기돼야 한다”면서 “일단 24일부터 작성을 시작하되 선거구 획정 후 수정을 해나가야 하는데 이 경우 비용도 문제지만 자칫 시간에 쫓겨 오류가 생길 위험성도 있다”고 전했다.
/임춘원기자 l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