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이 세월호 참사 2주기를 기해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추모교실(존치교실)’ 정리에 나설 방침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가 주축이 된 ‘단원고 교육가족’은 지난 18일 안산교육지원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6가족협의회가 아름답고도 애달픈 결정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희생 학생들이 머물렀던 교실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참사 2주기인 4월 16일까지 추모교실을 부분 개방해 전국민 추모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봄학사 후 교실 리모델링을 통해 여름학사 시작 전 학습교실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2주기 추모를 거교적으로 진행해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참사의 교훈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교사 남측 공간에 조형물을 만들겠다”며 “물품과 기록은 도교육청의 도움을 받아 개인별로 수습하고, 공동의 물품은 교육청으로 옮겨 영구보존관 건립 때까지 보관하겠다”고 덧붙였다.
장기 단원고 학교운영위원장은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중재로 열린 회의에서 각 참여주체는 추모교실 이전 제안문을 추인받아 오기로 했다”며 “도교육청과 단원고, 단원고 학부모협의회는 (제안문) 원안을 추인했지만 4·16가족협의회는 추인하지 않아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다음달 24일까지 유가족들이 추모교실에 있는 물품을 스스로 가져가도록 한 뒤 같은 달 25일부터 5월 5일까지 나머지 물품 등을 정리할 계획이다.
또 5월 6~15일 교실 리모델링 공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단원고 교육가족은 “시일이 촉박하고 사안이 중대하지만, 물리력을 동원해 해결하기 보다는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기다렸다”며 “이렇게 해야 하는 단원고 교육가족의 마음도 아프다. 유족 스스로 아름다운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내용은 추교영 전 단원고 교장이 이미 지난 2월 29일 발표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바로 전날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중재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협의회를 열기로 하면서 발표를 보류했다고 단원고 교육가족은 전했다.
앞서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들과 4·16가족협의회 임원, 도교육청, 종교단체, 단원고 관계자들은 지난 8일 3차 회의에서 참사 2주기를 기해 추모교실 이전 내용이 담긴 제안문을 채택하고 4차 회의까지 참여주체별로 추인받아오기로 했지만 4·16가족협의회가 추인하지 않아 지난 17일 4차 회의에서 이전계획 합의가 무산됐다.
한편 단원고 교육가족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5차 협의회에도 불참키로 했다.
/안산=김준호·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