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현대인 어두운 자화상… 흥겨운 리듬으로 유쾌하게 풀어내다

뮤지컬 4번 출구

 

우리 주변 사람들 스토리 담아
정확한 발음·안무, 극 이해 돕기 충분

자살이란 소재 무겁지 않게 풀어내
도내 26개 시군 돌며 7월15일까지 공연

노트북 앞에 앉은 한 남자, 그리고 둔탁한 타자소리가 극의 시작을 알린다. 이 남자는 한 인터넷 그룹 채팅방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가 찾은 곳은 장지역 4번 출구, 삶에서 자존감을 잃고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이 한 자살카페 시샵 운영자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이 곳에 모이게 됐다. 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

끊임없이 죽고 싶어 하면서도 혼자 죽을 용기가 없는 6명의 사연 많은 사람이 삶의 마지막을 운영자 ‘노틀담의 꼬추’와 함께 하기로 했다.

여기에 술 취한 한 남자까지.

그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닉네임 ‘투명인간’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여학생이다.

어눌한 발음과 조금은 다른 외모 탓에 그녀는 왕따와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나도 한국 사람이야’라고 부르짖지만 들어주는 이 하나 없다.

또 닉네임 ‘타락천사’는 자신의 49번째 생일을 맞아 미역국을 끓이고 잡채와 불고기를 손수 준비했다.

하지만 그녀의 생일을 잊지 않고 문자로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곳은 OO마트뿐이다.

그녀는 가족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이 외에도 부인과 딸을 외국으로 유학 보낸 후 뒷바라지만 하다 뒤통수를 맞은 기러기 아빠 ‘백마탄 환자’와 능력은 뛰어나지만 부족한 외모 때문에 면접에서 매번 ‘광탈’하는 외모 지상주의의 피해자 ‘마녀는 괴로워’, 전교 1등이지만 늘 극심한 학업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빨간망치’, 맞벌이 가정 속에서 관심 받지 못해 결국 게임중독에 빠진 ‘광수생각’이 삶의 끝자락에서 자신의 사연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들은 ‘자살이라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유서를 작성하고 동호회 운영자로부터 ‘죽음에 이르는 방법과 도구’에 대해 자세히 설명 듣는다.

하지만 잔뜩 술에 취한 채 이 곳을 찾은 닉네임 ‘취중만남’은 시종일관 이들에게 딴지를 건다. 결국 이들은 가장 ‘안 아픈’ 방법으로 삶을 정리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살고 싶었으리라. 대신 ‘사람답고 평범하게’라는 전제 하에.

경기도립극단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던 생각, 누구나 한 번쯤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속 시원히 대신해준다.

이들이 맡은 역할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자살’이란 소재도 무겁지 않게 풀어냈다.

또 도립극단의 안무와 동선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정확한 발음 또한 극의 이해를 돕기에 충분하다. 문화소외계층이 접근하기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다만 극 속 주인공들의 상처가 치유돼가는 과정은 다소 급박한 면이 없지 않다.

‘살라는 말이야 죽으란 말이야, 누가 좀 속 시원히 말을 해줘’라는 노래 가사는 흥겨운 리듬과 어우러져 묘한 기분을 자아내고 여운을 남긴다.

경기도립극단과 경기도정신건강증진센터가 선보이는 ‘G-mind 정신건강연극제’ 옴니버스 뮤지컬 ‘4번출구’는 지난 9일 안양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7월 15일까지 4개월 간 도내 26개 시·군을 돌며 관객과 만나고 있다.

/전미선기자 msjun55@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