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신도시 문화재 시굴 조사위해
도시공사, 2500㎡ 잣나무 베어내
인천 유일한 내륙 서식지 보존 가치
둥지 훼손되면 바로 서식지 이탈
벌목 숲 복구 공원조성 한다지만
떠난 백로 다시 찾아올지 미지수
인천 내륙 최대의 백로 서식지가 무분별한 벌목으로 사라졌다.
인천 검단신도시 개발로 마전동 검단고등학교 뒤편 숲의 잣나무와 밤나무 대부분이 지난달 베어져 백로 서식지가 사라지며 인천시 자연생태계 보존 대책이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다.
인천도시공사는 최근 검단택지개발지구 내 검단신도시 3단계 개발을 앞두고 문화재 시굴 조사를 위해 마전동 숲 약 2천500㎡의 벌목을 진행했다고 28일 밝혔다.
백로는 주로 잣나무와 소나무 숲에 둥지를 트는데 한 번 둥지를 틀었던 곳에서 계속 사는 반면 번식지가 조금이라도 훼손되면 곧바로 서식지를 이탈한다.
인천의 백로 서식지는 비슷한 규모의 강화군 교동도와 연평도 뿐으로 모두 해안에 위치하나 마전동 숲은 유일한 내륙 서식지로 보존에 중요성이 강조된다.
지역 환경단체는 지난 2008년 마전동 숲의 조류서식 실태를 조사해 중대백로와 쇠백로, 해오라기 등 백로류의 둥지 450여개를 발견한 바 있다.
둥지 450여개에는 암수 한 쌍과 새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해 1천400여 마리의 백로가 서식할 것으로 추정된다.
백로 서식지인 마전동 숲은 인근 주택가와 100m 이상 떨어져 있으며 검단지구 서쪽 논과 이어져 백로들이 먹이를 물어오는 데도 용이해 번식지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문화재 시굴 조사를 위한 벌목으로 백로들이 번식 철인 4~6월을 앞두고 갈 곳을 잃은 것이다.
또, 환경단체가 백로를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기 위해 나무마다 둥지 개수를 표시하는 표찰을 달고 조류관찰학습장을 조성해 달라고 요청해 관할 구청이 표식기 예산을 지원받기도 했으나 추후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인천도시공사는 문화재 시굴 조사가 끝나는 대로 벌목한 숲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등 환경을 복구할 계획이지만 훼손된 서식지에 백로들이 다시 찾아올지는 미지수다.
장정구 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인천지역 야생동물의 전수조사를 실시해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녹색연합 역시 협의해 서식지 보존에 동참할 용의가 있다”며 “기초자치단체에만 야생 동물 관리를 맡기지 말고 시가 나서서 생태를 보존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숲을 남겨두는 차원에서 아직 벌목하지 않은 곳은 환경부와 협의해 보존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정희기자 r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