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만 입은 사진을 몰래 찍어 초등학교 동창들이 가입한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밴드'에 올린 친구를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4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신상렬 부장판사)는 살인 및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 대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살해한 뒤 담배꽁초를 버려 주택을 태우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사체가 심하게 훼손돼 피해자의 존엄성이 침해됐고 화재로 주민들이 입원치료 등 큰 피해를 입었다”면서 “다만 범행을 자백했고 몸싸움을 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1월 2일 오전 2시쯤 초등학교 동창 B(45)씨의 인천시 남구 집을 찾아가 그의 배와 목 등을 흉기로 13차례 찔러 숨지게 한 뒤 불을 지르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전날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갔다가 자신이 속옷만 입고 찍은 사진을 B씨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몰래 찍어 '밴드'에 올려 여자 동창들 사이에 놀림감이 된 사실에 격분해 찾아갔다가 B씨가 발뺌하며 흉기를 들자 몸싸움을 벌이다가 흉기를 빼앗아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후 담배꽁초 5∼6개비를 연달아 피우고 불씨가 꺼지지 않은 꽁초를 B씨가 쓰러져 있는 방 이불에 던진 뒤 빠져나왔고, 이 불로 B씨가 살던 다세대주택 2층이 모두 타고 주민 6명이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인천=류정희기자 r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