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5 (수)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무술 인생 30년… 다시 태어나도 무술 하겠다”

한씨태권도관 ‘아줌마 사범’ 박춘옥 씨

 

외할아버지 영향으로 어릴 적 입문

20년 전 중국무술심판자격증 따내

지금까지 제자 3000여명 양성 뿌듯



‘아줌마 사범’으로 불리우며 수련생들에게 인기를 누리고있는 박춘옥(48살)씨를 처음 만난건 지난달 지인과 함께 한 식사자리에서였다.

“안녕하세요. 무술 좀 하는 한씨태권도관 사범입니다.”

소녀마냥 수줍음을 가득 머금은채 손을 내미는 박춘옥씨, 깡마른데다 자그마한 체구를 가진 그녀에게서 전혀 무술인이 풍기는 패기를 느낄수가 없어 갸우뚱 기울어진 고개에 눈치라도 챈듯 아무 말 없이 살폿이 웃어주던 그녀였다.

하지만 20일, 연길시8중 부근에 자리잡은 한씨태권도관에서의 그녀와의 두번째 만남으로 인해 그 의구심은 이내 곧 놀라움으로 변했다.

장쾌하다. 일면 거칠어보이면서도 화려한 동작이다. 흡사 강호이야기에서나 나왔을법한 칼로 돌 베고 숲속을 나는 협객마냥 민첩한 그녀의 몸짓과 흔들림 없는 강한 눈빛이 주변 사람들의 오감을 사로잡는다.

“애 둘 딸린 엄마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대부분 태권도관 사범들이 20, 30대 젊은 남성들이 위주인데 박사범은 절대 그들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실력을 보여주기에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동료인 한철범관장이 엄지손가락을 척 내밀며 하는 말이다.

도문시 부암진이 고향인 박춘옥씨는 외할아버지때부터 내노라 하는 무술인집안에서 2남2녀중 막내로 태여나 무술을 피할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자라났다. 그리고 어린시절부터 단순히 멋있어보인다는 리유로 오빠들을 따라 시작한 무술이 곧 인생이 되여버리며 30여년을 ‘사범님’으로 살아왔다. 한동안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잠시 무술을 그만두었다가 얼마전 반백을 바라보는 나이에 또다시 도복을 꺼내입었다. 역시 외할아버지의 역할이 컸다.

그녀는 바른말을 잘하고 약한자를 보호했던 권투선수였던 외할아버지를 존경한다. 강한자가 잘못한것에 대해 분명하게 따졌던 ‘진정한 무인’이였기때문이다. 생전 외할아버지의 소원이였기에 그녀 또한 무술을 포기하지 못한다.

오랜 세월동안 무술지도를 해오면서 성과도 크다.

20여년전에 이미 중국무술심판자격증까지 따내고 지금까지 3000여명의 제자들을 양성, 그중에는 전국소년무술시합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낸 제자들도 있다.

“나이가 있다보니 가끔은 젊은이들과 기량시합에서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아요. 하지만 절대 밀린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이제 무술은 제 삶의 일부분이 된거죠. 무술을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유쾌한지 몰라요.”

그녀가 하는 말이다.

특히 요즘 다시 무술을 시작한 뒤로는 그녀의 오지랖도 더 넓어졌다고 한다. 뻐스안에서나 길 가다 약한 사람이 당하고있는 모습을 보고 참견을 해 하마트면 파출소에 끌려갈번한적도 있단다.

“용기가 있어도 잘못된것을 잘못됐다고 말하기가 힘들 때도 있어요. 무술을 다시 시작하고보니 이 시대 바른길이 무엇인가 고민하게도 되더라구요.”

그녀의 오른손을 얼핏 보니 쇠처럼 단단했다. 손바닥에는 오래된 상처투성이였다.

“30년 넘게 무술지도 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많은 경험을 쌓고 성과를 얻었어요. 무술을 통해 얻은것도 많아요. 이제는 받은만큼 베풀어야 할 때인것 같네요. 언젠가는 내가 가진 모든것을 모두 문서화로 매뉴얼을 만들어볼 생각이예요. 내 지도론이 정답이 될수는 없지만 많은 후배들에게 길잡이가 되였으면 해요.”

“다시 태여나도 무술을 하겠다”는 그녀는 이렇듯 자신은 여전히 무인으로서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글·사진=신연희 기자








COVER STORY